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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詩 들

[스크랩] 어머니, 우리들 다 모였어요/전상열

by 하기* 2008. 9. 12.

  

어머니, 우리들 다 모였어요

                                                   -참회의 글-                   큰아들 전상열


어머니, 우리들 다 모였어요.

기운 좀 차리고 우리를 굽어보세요.

어머니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아들딸과 며느리와 사위, 손자와 손녀… 저들의

해바라기처럼 동그란 얼굴들이 보이시나요.

우리들 얼굴이 누굴 닮아 동그란지 아세요.

물론 어머니의 얼굴과 마음을 닮아서랍니다.

오래전 어머니를 향해 지은 글이랍니다.


                       (어머니께 드리는 詩)

   그만한 세월이 흘러도 / 여전한 사랑으로 / 불쌍한 자식들을 향해 /

   해바라기하시는 / 얼굴이 동그란 어머니 // 좁은 길을 마냥 걸어가

   거나 / 모난 일로 가슴 상할 때면 / 가장 먼저 손길을 잡아주시는 /

   마음이 동그란 어머니


어머니, 제 말이 맞지요. 우리들 얼굴이 동그란 것은

정녕 얼굴이 동그란 어머니의 피가 흐르는 은덕이랍니다.


그런데 어머니, 우리는 하나같이 어머니 앞에 죄인입니다.

동그란 어머니의 얼굴을 닮았던 우리는

동그란 어머니의 마음을 닮기를 거부했습니다.

마치 비만 내리면 울어 대는 청개구리처럼

하늘을 가리키면 절벽으로 내려가고

눈물을 보이시면 먼산바라기를 하고

세상에 날선 비수란 비수를 다 수집해서는

어머니 가슴을 찌르고, 찌른 가슴을 또 찔렀습니다.


“어머니, 앞으로 아우들 다독거리고 웃으며 잘 살겠어요.”

며칠 전 어머니 손을 잡고 말씀드렸을 때 저는 보았습니다.

가슴으로부터 울컥 치밀어 오르는 어머니의 아픔을…

눈언저리를 와락 노을빛으로 물들이는 어머니의 슬픔을…

야위고 지친 두 눈에서 방울져 나오는 어머니의 눈물을…


우리들이 어머니를 울린 죄인 중의 죄인인 것은

우리들이 결코 몰라서 그리 한 것이 아닌 때문입니다.

다 알면서, 우리로 인해 아파하시는 걸 다 알면서

그건 그래서, 저건 저래서, 지기 싫어서, 이기고 싶어서

하찮은 고집과 억지를 부린 때문입니다.

전씨 가문의 종부로 평생 고생만 하신 천사 같은 어머니,

자식만 생각하신 어머니, 남의 자식을 몇씩 받아 키우신 어머니,

우리 어머니에겐 그런 것들이 너무 당연한 줄 알았던 때문입니다.


어머니, 우리를 용서하세요.

눈에 넣어도 안 아파하신 새끼들이잖아요.

어머니 형상을 닮은 자식들이잖아요.

아니, 어머니, 용서하지 마세요.

절대로 용서하시면 아니 됩니다.

그토록 사랑이 많으신 어머니 가슴에

비수를 들이댄 몹쓸 것들이잖아요.


어머니, 여기 좀 보세요. 이렇게

어머니 앞에 꽃을 꽂았습니다.

어머니 앞에 촛불을 밝혔습니다.

어머니 앞에 떡과 과일을 차려놓았습니다.

어머니 앞에 눈물로 후회하고 있습니다.

왜 전에는 어머니께 오늘처럼 하지 못 했을까요.

왜 전에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 했을까요.

왜 전에는 어머니를 배려할 줄 몰랐을까요.


그러나 어머니, 우리를 용서해 주세요.

우리 모두 지난 세월을 회개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어쩌겠어요. 이젠 우리를 용서해 주세요.


어머니, 창 밖에는 소슬바람이 넘실거려요.

글쎄 벌써 가을이랍니다. 아무도 그를 초대하지 않았건만

제멋대로 어머니의 주변을 기웃거리는 저 잿빛 바람결을 보세요.

그런데 어머니, 그 가을이가 먼먼 여행을 떠나가자고 하면

동행을 해야 한다는군요. 아버지도 따라나선 길인데요.

그때가 벌써 10년이나 되었답니다.

얼마쯤 가다 보면 새하얀 세상이 마중을 나오는데요.

거긴 아픔도 슬픔도 눈물도 없는 하나님의 나라랍니다.

온유하심과 사랑하심이 넘치고 달콤한 바람만 부는 천국이랍니다.

그곳에서 아버지를 만나세요. 그리고는 온갖 것 다 잊고 회포를 푸세요.

간간이 우리들 흉도 보면서, 애써 없는 우리들 자랑도 하시면서.


어머니, 우리들 다 모였어요.

어머니, 영원토록 사랑합니다.

어머니, 그런데요. 어머니가 안 계시면, 이 황량한 세상길에서

우리들은 대체 누구를 쳐다보며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나요?

 

 

출처 : 산사랑 글사랑 여행사랑
글쓴이 : 리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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