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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詩 들

[스크랩] 태백산행 / 정희성

by 하기 2 2007. 2. 4.
 

태백산행 / 정희성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 일곱 살이야 열 아홉 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 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 일곱이라고
그 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창작과비평 (2002년 여름호)
 

 



정희성 시인
1945년 경남 창원 출생
1968년 서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변신' 당선
1981년 제1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와 시학상 수상.
만해문학상 수상.
시집 '답청'(1974), '저문 강에 삽을 씻고'(1978),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1991), 

 '시를 찾아서'등 

출처 : 너에게 편지를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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