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글 · 詩 들

겨울 들판을 거닐며

by 하기* 2010. 2. 13.

 

 

  겨울 들판을 걸으며

                                                                          허형만(1945~ )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렁 밭두렁 사이사이
초록빛 싱싱한 키 작은
들풀 또한 고만고만 모여 앉아
저만치 밀려오는 햇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략)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

 


짧아서가 아니라  2월 이미지는 아무것도 없는, 겨울 들판 같은데.  그래 자연과 한 몸으로 살던 인디언

수우족은 ‘홀로 걷는 달’이라 불렀던가.홀로 겨울 들판 걸으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매운 바람 다 맞고

난 후 움트는 희망 몸소 체험하란 달일까.      추운 것들끼리 오종종하게 모여 서로 감싸 안는 체온들이

따스운 햇살 부르는 2월.                                                                                  <이경철·문학평론가>

 

 

 

 

 

 

 

'좋은글 · 詩 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사랑  (0) 2010.02.15
설날 아침에  (0) 2010.02.15
너에게 묻는다  (0) 2010.02.04
모퉁이  (0) 2010.01.31
책의향기 [2010.1.16]  (0) 2010.01.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