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늙은 꽃
[중앙일보] 입력 2012.02.27 00:00 / 수정 2012.02.27 00:06
늙은 꽃
- 문정희(1947~ )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
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
꽃은 노후대책을 위해 연금보험이나 종신보험을 들
지 않는다. 상가에서 월세를 받아먹고 살려고 퇴직
금을 털어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는다. 꽃은 꽃대에
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주름진 얼굴
에 마스카라나 립스틱을 덧칠하지도 않는다. 화무십
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하나, 사실 꽃의 생애는 이
순간뿐이다. 꽃은 늙음과 젊음을 분별하는 말조차
모른다. 대신 자기만의 향기를 만들어 한순간 아름
다움을 위해 모든 색깔과 향기를 다 바치고는 끝! 떨
어져 버리는 것이다. 늙은 꽃? 그런 말은 꽃의 세계
에는 없다. <최정례·시인>
둥근 달에게 소원을 빌어보자
2월은 한해 중에서 날수가 가장 짧은 달.
왠지 손해 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쉽다고 생각하지 말자
풍요의 상징인 대보름이
마음의 손실을 보상해 줄테니까.
2012. 2. 28.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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