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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詩 들

새해에 띄우는 편지 & 삶을 완성을 위해 남기는 말

by 하기* 2014. 1. 3.

 

 

 

 

  [새해에 띄우는 편지] 

 

 

갑오(甲午)년 청마(靑馬)의 해다. 들판을 질주하는 힘찬 말처럼 진취적이며 역동적인 한 해가 되길 소망하는 2014년 새 아침. 올해 등단 20주년을 맞는 시인 문태준이 새 날의 희망과다짐을 담은 편지를 띄웠다.  모두에게 상서로운 기운과 행복한 나날이 가득하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새해가 밝았다.새해는 새뜻하다. 서설(瑞雪)이 내린 눈길을, 아무도 앞서 걸어간 이 없는 조용하고 맑게 빛나는 눈길을 걸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한천(寒天)은 고드름의 둘레를 두껍게 감으며 빙빙 돌지만, 한 마리 새는 하늘의 정수리에 높게 떠 대자유의 창공을 날아간다.  새는 높은 의지로 떠 있다.  나무는 모든 장식을 벗었다. 벗고 섰다. 남을 것만 남았다. 굳고 깨끗하다.

새해 아침이면 나는 찬물을 한 컵 받아 입을 헹군다. 이것은 나의 어머니로부터 배운 신성한  새해의 의식. 어머니는 숭배하고 맞이할 것이 있을 때마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침착하게 찬물로 입을 헹구셨다.  그래,  신성한 새해 아침이 시작된 것이다. 
“비시(非詩) 일지라도 나의 직장(職場)은 시(詩)”라고 썼던 김종삼 시인의 시   ‘평화롭게’ 를 펼쳐 읽는 아침이다.


      “하루를 살아도 

       온 세상이 평화롭게

       이틀을 살더라도

       사흘을 살더라도 평화롭게

 

       그런 날들이 

       그날들이

       영원토록 평화롭게―”

 

       라고 쓴 시를 읽는 아침이다.

       연이어 ‘내가 재벌이라면’ 이라는 시를 읊조리는 아침이다.

 

       “내가 재벌이라면 

        메마른 

        양로원 뜰마다 

        고아원 뜰마다 푸르게 하리니

        참담한 나날을 사는 어린 것들을

        이끌어 주리니 

        슬기로움을 안겨 주리니 

        기쁨 주리니.”

 

이제 받을 만큼 받고 살았으니 내가 얻어 가진 것을 나눌 줄 알며 살겠다는, 푸진 생각도 가져보는 아침이다.메마른 겨울을 봄이 푸르게하듯이 세상을 푸릇푸릇하게 만드는 데 미력이나마 보태며 살겠다는 생각도 가져보는새해 아침이다.

배포도 두둑하게 가져본다. 이 우주의 물건 가운데 제일 큰 것이 하늘과 땅, 해와 달이지만,  두보(杜甫)는 일찍이 해와 달이 새장 속의 새에 불과하고,  하늘과 땅은 물 위에 뜬 부평초에 불과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마음을 졸렬하게 쓰지 않겠다고 다짐한다.구애됨이 없이 살겠다는 의지도 세워본다. 마음은 부리기 나 나름 아니던가.마음은 본래 큰 것으로 말하자면 세상을 품고,작은 것으로 말하자면 바늘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니  마음의  장광(長廣)을 대해(大海)처럼 설원(雪原)처럼 가져볼 요량이다. 설령 피로와 고통이 거센 파도처럼 눈보라처럼 내게 밀려오더라도. 새해에는 양지(良知)도 얻었으면 한다. 양지는 의(義)와 불의(不義)를 헤아리는 것이니,명나라 때의 유학자 왕양명(王陽明)은 제자에 다음의 시를 지어 양지를 얻을것을 간곡하게 당부했다.“양지는 바로 홀로 알 때이니, 이 양지 밖에 다른 양지가 없다. 누군들 양지를 갖고 있지 않으리오만 양지를 아는 자는 도리어 누구인가?”  양지를 얻는 것은 혼자만이 가능하다는 뜻이니, 새해에는 나의 내면에서 이 양지를 발견하려 한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은 나로부터 말미암는다. 내가 씨앗을 뿌리고,  내가 자라게 하고,  내가 열매 맺게 하고, 내가 거둔 것이다.  언젠가 탄허 스님이 쓴 한문 구절을 노트에 옮겨 적은 적이 있고, 그것을 눈이 자주 가는 곳에 붙여 놓았으니  그 문장은 이러하다. “텅 빈 방(마음)에서 흰 빛(광명)이 나오는 것은 밖에서 얻은 것이 아니요, 집안 가득 봄기운은 하늘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이 얼마나 멋진 가르침인가.

 

융통성도 좀 가졌으면 좋겠다. 그동안은 얼마나 가차 없이 살았던가. 그때그때의 사정과 형편을 보아가며 살아도 좋을 일.   자물통처럼 벽돌처럼 새해를 살 수는 없는 일.  스스로를  폐광처럼 황폐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 갈 일을 생각한다.  가벼움과 환함과 트임의 세계에 살 일을 생각한다. 풋사과처럼, 감귤처럼, 여울처럼, 두레박에 담긴 우물물처럼, 물안개처럼, 물렁물렁한 구름층처럼, 하얀 백지처럼, 잘 발효된 빵처럼, 차오르는 달처럼, 붉은 뺨에 생겨난 미소처럼 살 일을 생각한다.

대접 받을 마음은 버릴 생각이다.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 이 세상에 당신이 불쌍해할 사람은 없어요” 라고. 그는 이 말을 그의 아버지로부터 거듭해서 들었다고 했다.불쌍해할 사람이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모든 존재는 동등하다는 뜻일 것이다. 동등하게 고귀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므로 박정하게 대할 어떤 까닭도 없다. 얕잡아 보아서도 안되는 것이다.  애초부터  가련하게  탄생한 존재는 없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가 시 ‘금언’ 에서는

 

       “그렇게 너는 모든 사물에게 

       형제이고 자매여야만 한다, 

       그것들이 네게 아주 스며들도록, 

       네가 내 것 네 것을 구별할 수 없도록.

 

       어떤 별도, 어떤 잎도 떨어지지 말기를―

       네가 더불어 죽어 가야 하니! 

       너는 또한 그렇게 그 모두와 더불어

       시시각각 부활할 것이다.”라고 쓴 뜻도 이와 같을 것이다.

새해에는 굽은 길을 많이 걸어볼 계획이다. 곧게 난 길이 아니라 휘어진 길을 선택해서 오래 걷는 시간을 자주 가질 생각이다.산길이나 들길이나 해변을 따라 난 곡선의 길을 걸을 생각이다.  꼿꼿한 것을 버리고 구부러짐을 얻으려는 함은 무엇 때문인가. 순함과 온화함과 부드러움을 얻기 위함이다.

또한 거친 말은 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거친 말을 ‘발 씻은 대야의 물’ 에 비유해 수구(守口)를 강조한 
이는 부처였다.  좋은 말을 종이나 경쇠를 고요히 두들기듯 하게 되기를 바란다. 새해의 태양이 떠올랐다.  내 맘에 꼭 맞

는 당신의 마음속에 일광(日光)이 가득 하길 빌어본다.


 

              ◆ <문태준>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 ‘처서’ 등이 당선되며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산문집 『느림보 마음』등. 미

                   당문학상·소월시문학상·동서문학상·노작문학상·유심작품상 수상.

                                                                             2014.1.1. (수) 중앙일보 새해에 띄우는 편지 문태준 시인 

 

                                                                                       

                                                                                                                        새해 아침에 하기옮김

 

 

 

                                                        photo by  문화일보  제주지사 김동현 기자 dh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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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완성을 위해 남기는 말 

 

 

 

 

         삶의 완성 위한 유언장
 
                                최준식/이화여대 교수·한국학

       흔히들 하는 말로 우리가 죽은 뒤 통장은 물질을 남기지만 유언장은

       마음을 남긴다고 한다. 우리가 몸을 벗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중요한 것은 유언장을 쓰는 일과 사전 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70∼80세를 산 사람들은 생을 어떻게 살

       았든 큰 수고를 하면서 산 것이다. 불교의 첫 번째 교리인 ‘인생은

       괴롭다’는 교리를 상기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힘든  생을 살았을 것

       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힘든 삶을 잘 정리하고 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삶이 완성된다.

       우리가 학교를 잘 다녀놓고  졸업을 확실하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유언장을

       써서 자신이 삶을 잘 정리해야 한다.자기가 벌여 놓은 일들을 다 정

       리하고 유산 상속 문제도 잘 처리해  자식 사이에 분규가 안 생기게

       해야 할 것이다. 또 자식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잘 정리해 남기는

       것도 필요하겠다.

       이를 위해 유언장을 쓰는 것인데 유언장은 꼭 임종에 임박해 쓰는 것이

       아니고 언제라도 쓸 수 있다.아니 노년이 되어 정신이 깨끗하지 못할때

       쓰는 것보다는 정신이 성성할 때 미리 써두는 것이 좋다.그리고 마음이

       바뀔 때에는 언제든지 내용을 바꿀 수 있으니 1년 마다 다시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여기서 유언장의 자세한 양식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

       겠다. 유언장이 필요한 사람은 시중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유언장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필로 쓰라는 것이다.  그래야 법적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만일 컴퓨터로 출력을 했다면 반드시 공증을 받

       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도장 찍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도장을

       찍지 않으면 나중에 무효 판정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쓰는

       도장은 반드시 인감도장일 필요는 없고 엄지로 찍어도 문제 없다.

       내용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대체로이런 내용이 들어가면 좋을게다.

       우선 장법(葬法),즉 매장이나 화장 또는 수목장 중 어떤 것을 원하는지

       밝히면 좋겠다. 아울러 어디에 묻히면 좋겠다는 것도 밝혀 두자.이것은

       자식들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 있어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자신의 재산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집이나

       부동산,저축이나 주식 같은 금융정보 등이 포함된다.이것들을 명확하게

       밝히고  이것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배우자와 자식들

       사이에 어떻게 골고루 분배할지 밝히라는 것이다.법적으로 하면 유산은

       배우자가 반, 그리고 그 나머지는 자식들이 균분하게 돼 있는데 유언장

       을 쓸 때에는 그런 것에 상관할 필요 없다. 자기 재산이니 자기가 마음

       대로 상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식들이 아니라,  사회단체

       기부하고 싶으면 그것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금융정보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은행 통장이겠다.자신의 돈이 어떤 은

       행에 어떻게 저축돼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은행의

            비밀번호를 밝혀 놓는 것이다.이 번호가 없으면 자식들이 그 돈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또 주식이나 펀드 등 다양한 금

       융 상품을 갖고 있으면 그것도 밝히자. 그 외에도 여권이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과 같은 자신 관련의 주요서류들도 그 소재지를 밝혀주면

       좋겠다.

       그 다음에는 자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쓰면 좋겠다.생전에는 아무리

       부모 자식 사이라도 면전에서 할 수 없는 말들이 있다. 또 그 자식에게

       부디 남기고 싶은 말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말을 적어 준다면 자식들은

       부모님의 이 가르침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수 있는 것은 사전 의료 의향서다.이 문서는 특별한

       경우를 대비해 쓰는 문서로 자신이 의식불명의 상태가 됐을 때 받고 싶

       거나 거부하고 싶은 치료에 대해 밝히자는 것이다.이 서류는 매우 중요

       하다. 무의미하게 생명 연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의 말기에 접어들면 더 이상 건강을 되찾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

       다. 이때에 부질없이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본인이나 가족, 사회 등 어

       느 누구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이 사전 의료 의향서에는 대체로 심폐소

       생술, 인공호흡,인공투석, 인공영양 공급, 진통제 사용 등의 실시 여부

       에 대해 답하는 것으로 돼 있다.

 
       독자들에게는 이 가운데 심폐소생술이 다소 생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것은 강한 전기 충격을 주어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것으로,그 부

       작용이 만만찮다.  그래서 아주 위급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데

       식물인간의 상태가 된 환자에게 이 시술을 행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것은 당연히 거부하고 그 외에 인공호흡이나 투

       석 등도 다 거부하면 된다.

       단, 진통제 사용에만 동의하면 된다.  우리가 임종이 가까이 오면 몸이

       노쇠하고 병이 깊어 몸이 아주 아프기 쉽다. 이때 이 통증을 견디기 위

       해서는 다량의 진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이 진통제를 맞아야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혹자는 중독이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

       는데 이제 삶이 몇 개월 안 남았는데 중독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ㅡ END ㅡ

 

 

 

    2014.1.15 닉네임<썬파워> 허양길 선배兄이 [하기]에게 보내 온 메일 내용이다

    ㅡ 썬파워 huhyk303@hanmail.net   ㅡ>  하기 ns1d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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