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 쉬운 시 한 편 올려 드립니다.
편하게 살자고요.
그렇나 이 시도 어렵게 이해를 해 보시기 바랍니다.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지매는 할매되고]
- 허홍구
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저것 다 시키다보면 돈 떨어질 테고
그래서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주모가 뭐 그냥 주모가 되었겠는가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 주고 잡아먹히는 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 먹을라카는 그게 고마워서
오늘 술값은 안 받아도 좋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십수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아줌마 집은 할매집으로 바뀌었고
우린 그때의 농담을 다시 늘어놓았다
아지매는 할매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
8월은 분별을
일깨워주는 달이다
사랑에 빠져
철없이 입맞춤하던 꽃들이
화상을 입고 돌아온 한낮
우리는 안다
태양이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저 눈부신 하늘이
절망이 될 수도 있음을
누구나 홀로
태양을 안은 자는
상철 입는다.
ㅡ 오세영 < 8 월 > 중 ㅡ
Thank you
2017.8,23.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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