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
ㅡ 권순진
그날의 소주는 식도를 직방 통과하지 못하고
역류해 대뇌를 빙글 한 바퀴 돌고 눈을 행군 다음
천천히 눈앞에서 기화하였다 바다는
기억 속에서 철석이던 그 바다가 아니었고
오래전 어머니 뱃속 양수처럼 안전하고 고요했다.
파도에 떠밀려 뭍으로 내던져진 생명
물에서 태어나 뭍으로 간 거북이
그러는 사이 해는 내 취기와 졸음을 각성케 하고
발갛게 눈을 똑바로 맞추며 오르고 있었다
태양신의 재현일까, 그리움의 원형인가
그 뒤로 짧은 현기증과 눈부심에
더는 지켜보지 못하고 돌아섰지만
그날의 벼락 맞은 내 취기는
해가 동에서 나서 서로 가듯
내 심장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옮겨 놓았다.
詩하늘 통신 blog <4막> / (시답잖은 詩)코너에서 뚱쳐와 옮긴것임. 하기
photo by 하기 - <안개꼈던 거제도 여행길에서>
ㅡ가슴으로 읽는 동시 ㅡ
[참 오래 걸렸다]
가던 길
잠시 멈추는 것
어려운 게 아닌데
잠시
발밑 보는 것
시간 걸리는 게 아닌데.
우리 집
마당에 자라는
애기똥풀 알아보는 데
아홉 해 걸렸다.
ㅡ 박희순(1963~ )
☎ 정신 좀 차리며 살아라. 잠깐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고, 나를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져라. 발 밑에 웅덩이
놓였는지 살피며 걸어라.이런 명령을 품은 듯한 시이다.-중략-
벌써 9월도 중순에 접어든다. 왔다 갔다 하다가 올해도 훌쩍
가버릴 것이다. 세월도 사람만큼 바쁘다. 숨 돌려 나무와 풀,
열매들에게도 눈길 건네자. 그건 나를 밝히는 눈길이다.-박두순 동시작가 -
ㅡ조선일보 (2017.9.14. 목) A38면 오피니언 란에 게재된 동시 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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