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ㅡ 詩人 이원규 ㅡ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창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져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 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 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마시라.
ㅡ End ㅡ
ㅡ 詩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전문이 정령치 입구 돌(石)에 새겨져 있었다. 옮겨놓았음
]
[Traver 여행]
언젠가 유난히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 한 명이
내게 자신이 여행을 다니는 이유를 이야기해 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휴식이라는 여행의 일반적인 의미와는 상반되게
"나의 몸을 혹사시키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대답에 의아해 하는 나에게 친구는 얘기했습니다.
"나의 몸이 고될수록 나 자신이 무엇인가 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돼,
내가 이 세상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살아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여행하는 이유야."
ㅡ박상철의 [삶이라는 자신과의 한 판 싸움] 中에서 - - -.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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