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 기러기 깃털 ]
쇠기러리 한 마리
잠시 앉았다 떠난 자리에 가보니
깃털 하나 떨어져 있다
보송 보송한 깃털을 주워 들고 나는
생각 한다
내가 머물다 떠난 자리에는
이런 깃털 조차 하나 없을 것이다
하기야 깃털 따위 를 남겨 놓은 듯
어느 누가 나의 깃털을 눈여겨보기나 하리
ㅡ 이동순(1950 ~ ) 시인의 [ 쇠기러기의 깃 털 ]
☎ 오늘 의미 없이 보낸 하루는 어제 우리가 그렇게 보고 싶던 내일이다.
남기고 싶지 않아도 흔적은 남고, 바꾸고 싶지 않아도 모든 것은 바뀐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자여 지나가거라.내 생에는
높은 층계가 못 되었으니 슬프구나. 누가 내 젖은 발자국을 보기나 할까.
천양희 < 시인 >
[ 너에게 묻는다 ]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ㅡ안도현 詩人의 [ 너에게 묻는다 ]라는 시다.
☎ 아주 간결하면서도 되새길수록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는 시구 절이기도 하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중략)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ㅡ안도현의 [연탄 한 장] 中에서 ㅡ
☎ 이발을 하러 갔다. 아내는 요즘 개성 있고 더 젊게 머리를 다듬는 저 옆집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손질하면 좋다고 한다... 하지만 난 아니다. 그래도 30 여년 단골집 남산동
동네 이발관을 지하철 열차 타고 가서 머리를 깎았다. 이발 요금이 2000원이 올랐다며
12000을 달라는 이발사 아저씨 말이다. 모든 게 다 그만큼 올라가 있었다. 아직 올라갈
가격이 더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가에 막 내다 버린 연탄재를 보았다. 그리고는
호주머니에 [ 폰 ]를 꺼내 사진을 만들어 왔었다. 오늘 내 마음은 가벼운것이 아니었다.
2023.2.2. 하기
2023.2.3 편집 :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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