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ㅡ정병근 (1962~ )
영문도 모르는 눈망울들이 한순간에 백발이 되어버릴
에미 애비도 모르는 고아들이 철없는 엄마들이
담벼락 밑에 쪼르르 앉아 있다
애가 애를 배기 좋은 봄날
햇빛 한줌씩 먹은 계집아이들이
입덧을 하고 있다
어디서 온 꼬맹이들일까.얼굴만 갸웃한 노란 민들레꽃들이 담벼락 밑에 "쪼르르 앉아있다."
밝은 햇살 가득한 이 따스한 봄날에 누가 내팽개친 새끼 꽃들일까?서로 업히며 업고서 옹기
종기 모여 있는 고아들처럼 올망졸망하다.그러나 살랑대는 봄바람에 저 꽃들.어느새 허옇게
늙어, 바람에 불려서 날아갈 것이다, 누가 삶을 들어 일장춘몽이라 했던가.한순간의 봄 햇살
로 태어나 순식간에 백발이 되어 돌아가는 민들레의 일생이 저기있다. (김명인 시인>
2010.4.17. 중앙일보 오피니언 [시가 있는 아침] 中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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