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ㅡ 김경주 (1976~ )
고향에 내려와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다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 한 무늬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였음을
사실을 (중략)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쪼글쪼글한 꽃 속에서 맑은 꽃물이 뚝뚝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떨어진다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눈덩이만 한 나프탈렌과 함게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서랍 속으로 수줍어하곤 했을
확성기 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던, 그 속에서 어머니의 오래된 팬티 한 장
하늘하늘한 팬티 한 장 꺼내 들고 어머니 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햇볕이 포근히
볼에 따뜻한 순면을 문지르고 있다 엉겨 붙는다
안감이 촉촉하게 붉어지도록 ㅡ End ㅡ
어머니는 쪼글쪼글 시들어가고 있으나 어머니의 꽃은 아직 시들지 않았다. 낡은 팬티 속의 꽃, 수줍
은 봄처녀의 하늘하늘한 맵시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꽃, 이 꽃물이 번져 눈을 뚫고 포근한 햇볕이
오는 것이리라. 시장 리어카 상품이 어머니로 하여 최고의 부랜드가 되었다. ㅡ 손택수.시인
[출처] 2010.11.6. 중앙일보 [시가있는 아침]
2010.3.4.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어머니는 허 윤 교수의 집도로 3번째 허리 수술후 입원7일만에 퇴원을 했다.
보슬비 오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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