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홍 조
이시형 (1949~ )
내산 형수의 욕은 온 동네가 알아주는 욕이었다. 아침부터 새 샘가에서 쌀을 일다 말고
“저 자라처럼 목이 잘쑥한 위인이 밤새도록 작은마누래 밑구녕을 게 새끼 구럭 드나들 듯
들어갔다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해쌓더니만 새복에 글씨 부엌이서 코피를 한 사발이나
쏟고는 지금 비틀배틀 배틀재로 넘어가는구만” 하고는 돌아서서 코를 팽 풀다가 어린 나
를 발견하고는“아따 데름 오래간 만이요 잉” 하며 잔주름이 접히는 상큼한 눈웃음을 웃으
면 내 얼굴은 그만 홍조로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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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욕이 판소리 가락 같다. 따라 읽다 보니 얼씨구, 추임새가 일 듯하다. 매운 양념과 구수한
양념이 잘 버무려진 남도 음식 앞에서처럼 감칠맛 나는 욕이 한껏 해학미를 돋운다. 이런
욕은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는 분을 여유 있게 풀고 삭이는 지혜의 방편이 된다. 실컷
욕을 먹어가면서도 헤헤헤 마냥 즐겁게 밥을 먹던 욕쟁이할머니집이 그립다.그 신명나던
욕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손택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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