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중앙시조 백일장] 2월 수상작
장원
[소]
ㅡ김수환ㅡ
시장에서 누런 소를 한 봉지 받아들었다
검은 위가 찢어질 듯 위태롭게 출렁인다
고단한 그의 무게는 봉지만큼 가벼워졌다
어제는 그가 늘 빵빵하게 넣고 다녔던
초원이 콘크리트에 쏟아졌을 것이다
홍건히 바닥을 적시고 검은 장화에 짓밟혔으리
젖어 있던 큰 눈과 저 홀로 굽은 뿔과
귀에 꽂고 다니던 번호표도 버리고
어디로 가시는 건가 구절양장 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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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애가 타들어간다.피눈물을 흘린다.소가,소의 주인이,소를 매몰
하는 공무원이,소가 매몰된 땅이,그 땅 위에 흐르는 물이,그것을 바라보
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이 달에는 그래서인지 "소"에 관한 작품들이 많
이 들어 왔다. 장원작도 "소"다. ㅡ김수환씨는 소고기 한 봉지를 사면서
소의"구절양장"을 읽는다. 늘 자신의 모든 것을 인간들에게 다 내어주고
떠나나던 소. 이제는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으로 더 큰 슬픔의 길을 가게
되었다.화자는 이 비극 앞에서 새롭게 시작된 비극 이전의 비극,슬픔 이
전의 슬픔을 제시하여 현실의 아픔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그 기량이
돋보인다. ( 심사위원 오승철.강현덕<집필 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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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
[보랏빛에 대하여]
ㅡ윤송헌ㅡ
앙칼진 꽃샘바람이 2월을 움켜쥐자
새눈 뜬 여린 잎이 몇 점씩 떨어진다
떨어져 멍이 드는가 몸빛이 그늘이다
밖으로는 서늘하게 그러나 들끓던 것
야단법석 이주해 온 내 사랑의 눈보라여
오던 길 잠시 멈추고 적설의 키를 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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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차상은 윤송헌씨의"보랏빛에 대하여"다.인생을 관조적으로 바라
보는 눈이 인상적이다."밖으로 서늘하게"보이는 것들도 알고 보면 내 안에
서 "들끓던 것" 이라는 고백도 삶을 대하는 진지한 모습을 잘 보여 주었고
"오던 길 잠시 멈추고 적설의 키를 재는" 같은 성찰의 모습도 아름답다."떨
어져 멍이 드는가 몸빛이 그늘이다" 라는 묘사도 신선했다.첫째 수 전반부
의 다소 낡은 표현만 아니었으면 더 좋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오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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