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해피 버스데이
[중앙일보] 입력 2011.05.30 00:28
해피 버스데이
- 오탁번(1943 ~ )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버스데이 !
오늘이 할머니의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버스데이 !
오늘이 할머니의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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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없이도 대화를 트는 저 할머니의 말심(心)이 대단하다. 오늘을 ‘버스의 날’로 만드는
“서양 아저씨”도 참 예쁘다. 버스가 올 때마다 저 아저씨는 박수를 치겠지. 버스운송사업
조합에서 감사패라도 전달할 일이다. 사실은 전국에 영어 전문가들이 산다. 경상도 할머니
는 말끝마다 기념일(day)을 만들고, 전라도 할머니의 말은 늘 진행형 (~ing)이다. 강원도
할머니는 말할 때마다 손(danny)을 내밀지.충청도 할머니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you)은
또 어떻고.저 할머니들을 뵐 때마다 표준어 규정 따위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권혁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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