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 아침 ㅡ[헐벗음]ㅡ
[시가 있는 아침] 헐벗음
[중앙일보] 입력 2011.06.23 00:15 헐벗음 - 조정권(1949~ )
몸이란 각 부위의 시끄러움이요 삐걱거림이니.
두개골, 환기통 없는 흡연실
목줄, 한숨 지나다니는 통로
등, 석탄층 매장돼 있는 곳
흉곽, 제방 공사가 소용없는 늪
대장, 모래 서식지
척추, 구부러지기 직전
팔다리, 곧 지팡이에 의존해야 되는 부위
입, 늙을수록 더 시끄럽거나 지루한 혓바닥 살아나는 곳.
영안실 문을 나서
이대로 가도 어쩔 수 없다 끄덕이다가
행길 건너 시장통
순대국 집에서 가부좌한 돼지머리와 마주쳤다.
겉봉 벌렁 열어놓은 코와 귀
옆 볼을 꾹 눌러 보니 웃는 게 아닌가.
코를 꾸욱 눌러 보니 가을 하늘처럼
파안대소하는 게 아닌가.
박장대소하는 게 아닌가.
청춘이란 몸의 중앙집권제다. 머리에 절대 복종하는 사지의 일사불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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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란 각 부위의 시끄러움이요 삐걱거림이니.
두개골, 환기통 없는 흡연실
목줄, 한숨 지나다니는 통로
등, 석탄층 매장돼 있는 곳
흉곽, 제방 공사가 소용없는 늪
대장, 모래 서식지
척추, 구부러지기 직전
팔다리, 곧 지팡이에 의존해야 되는 부위
입, 늙을수록 더 시끄럽거나 지루한 혓바닥 살아나는 곳.
영안실 문을 나서
이대로 가도 어쩔 수 없다 끄덕이다가
행길 건너 시장통
순대국 집에서 가부좌한 돼지머리와 마주쳤다.
겉봉 벌렁 열어놓은 코와 귀
옆 볼을 꾹 눌러 보니 웃는 게 아닌가.
코를 꾸욱 눌러 보니 가을 하늘처럼
파안대소하는 게 아닌가.
박장대소하는 게 아닌가.
청춘이란 몸의 중앙집권제다. 머리에 절대 복종하는 사지의 일사불란이다.
반대로 노년이란 온몸의 지방자치제다. 팔다리 따로 노는 지역감정이며
오감(五感)의 님비현상이다.그러다 제 몸에 절취선 그으면 바로 영안실 행이다.
보라, 환기구 없는 머리와 한숨 지나다니는 숨구멍과 그게 고여 있는 가슴과
오래전 굽은 등과 모래 버석거리는 창자와 기대야 하는 팔다리와 혼자 시끄러운
혓바닥을. 그것들이 아직 살아 있다, 내지르는 “시끄러움”과 “삐걱거림” 을.
통증이 살아 있음의 증거라는 얘기다. 저걸 놓아버리면 시장통의 저 돼지머리가 된다.
가부좌한 죽음을 만나게 된다. <권혁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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