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길
- 도종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어떻게 쉬느냐가 중요하다
|
떠나보낸 사람
가끔씩
뒷모습이 아른거려
눈을 감는다
살프시 풍겨오는
꽃내음에
닥아오는
또
다른 그리움
이제는
..
.
소나무 숲에는 뭔가 있다
숨어서 밤 되기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렇게 은근할 수가있는가
....................
소나무 숲에는 누군가가 있다
저물어 불 켜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아직 오지않은 것들을 기다리는 누군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날마다
저렇게 먼 데만 바라보겠는가
ㅡ 이상국의 [소나무 숲에는] 에서 ㅡ
경쟁없이 품어주는 산, 그곳선 누구나 너그러워진다
[길에서 만난 세상]
산에 들면 누구나 너그러워 진다는 것쯤은 다녀본 이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겠지요.성냥갑 같은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며
이웃과 인사 한번 나누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희안하게도 산에만 가면 영판 달라집니다. 마주 오는 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쯤은 예사고, 힘들여 지고온 먹을거리까지도 낯모르는 이들과 기꺼이 나눕니다. 낯선 이들이라면 경계
부터 하고 보는, 산 아래 일상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릅니다.되도록 멀고,산이 크고 깊을 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집니다
도대체 산은 어떻게사람을 바꿔놓는 것일까요.언젠가 설악산을 오를 때의 일입니다.길고 긴 산행 중에서 짐을 나눠지고
간 일행과 헤어지게 됐습니다. 물이며 최소한의 기본적인 행동식 정도는 각자 지참해야 했는데, 깜빡 잊고 물과 음식을
일행 중의 한 사람이 지고 가게됐습니다.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그만 부주위로 서로를 발견하지 못하고 흩어지게 됐
습니다.물과 음식을 지고 간 그가 앞서간것으로 믿었던 터라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정작 뒤쳐진 그는 일행이 뒤에 있겠
거니 하고 속도를 늦췄습니다.그러니 서로 점점 멀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그 뒤부터 물 한방울과 사탕 한 알의 행동식도 없이 고된 산행을 해야 했습니다. 음식을 지고 간 이가 앞서 간 것으로
믿고, 따라 잡겠다며 잰걸음으로 산을 타니 땀은 비오듯 흘렀고 입은 바짝바짝 타들어 갔슴니다. 되돌아가야 하나 싶어
걱정이 태산같았지만,산중에서 만난 등산객들은 기꺼이 음식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오이며 토마토를 건네기도 했고, 인
절미를 꺼내놓기도 했습니다.사탕을 한 줌씩 쥐여주는 이들도 있었습니다.하지만 가장 급한 것은 물이었습니다.등산 예
절의 첫 번째가"위급상황이 아니면 물은 얻어 마시지 말라"는 것입니다.물은 생명줄 이면서 가장 무거운 짐 중의 하나라
누구든 필요한 양만을 준비하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낯 모르는 이에게 어렵사리 사정 얘기를
하며 물을 나눠 달라고 청했을 때, 그는기꺼이 물을 나누워 주었습니다.길은 아직도 멀었고,그의 물통도 거의 바닥이 나
있었지만 기꺼이 그 물을 나눠 주었던것이지요. 어찌나 고맙던지요. 그렇게 "구걸" 하다시피 산행을 해서 산장에 들었고
그곳에서 뒤늦게 올라오던 일행과 반갑게 조우할 수 있었습니다.
산에 들면 누구나 너그러워지는 까닭은 그 곳에서는 지위나 소유에 관계없이 평등하고 공정한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
인지도 모르겠습니다.사람들이 산을 내려온 뒤에도 산에서 보여준 품성을 그대로 지니고 사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낯
선 이들과도 반갑게 눈인사를 나누고,어려운 처지의 사람들과 기꺼이 제것을 나누는 모습을 말입니다.
산을 내려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다른 이들을 앞서 가기 위해 추월이나 새치기를 일삼고,자신과 똑같은 짓을하는
운전자들에게는 마음 속으로 거친 욕설을 퍼부어댈 것임을 알면서도, 또다시 성냥갑같은 아파트로 돌아가 이웃과 담을
쌓고 살 것임을 알면서도, 산에서 보여준 따뜻한 마음이 "이 땅의 사람들이 가진 본성" 일 것이라고 믿습니니다.
ㅡ 문회일보 2011.6.8.(수요일) 오픈 블로그 [길에서 만난 세상] 박경일 기자 ㅡ 2011.6.11.헛똑이,송정학 옮겨적다
Thank you
'국내 여행 > 오른 山 & 들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 첫 산행 (0) | 2011.09.12 |
---|---|
내모습 (0) | 2011.06.13 |
Box 채우기 / 첫사랑 노래 툴바 (0) | 2011.06.08 |
Mountain Orgasm (0) | 2011.05.15 |
앞산 산행 ( 3 ) (0) | 2011.04.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