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는 아버지
정병근 (1962 ~ )
자주 도독이 들어서 담장위에 유리 조각도 박고
가게 문과 현관문에도 주름 새시를 쳐놓았다
쳐놓고 보니 감옥이 따로 없다고
돈과 담배를 다 털렸다고 고자질하는 아버지
그러니까, 이까짓 담배 포 그만 접으시고- - - -
그다음 대책이 나는 없지
내야 괘안타 니가 시인이고 너거 누나가 장학사 아이가
나는 시인이고 대책이 없지
들킬라, 나는 서울을 꼭꼭 숨기면서
- - - - 참, 집하고 본답 논은 어떻게 - - - -
맘대로 해라 내야 죽으머 그마이지
끝내 도둑맞지 않으려는 아버지
섭섭하고 재빠른 자식들답게 ( 이하 생략 )
나는 벌써 무럭무럭 일어날 생각을 피운다
이촌향도와 핵가족과 일일생활권의 사회문화적 고찰 같은
한물간 고찰 속에 당신과 나의 원인은 존재하지
( 이하 생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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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담배 포를 하며 홀로 근근이 살아가는 아버지가 있다.
아들은 담배 포가 딸린 본가를 처분해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시라
고 여러 차례 진언한다. 아버지는 번번이 같은 대답이다. "내야 괘
안타 니가 시인 아이가마"노후 대책이 없기는 아버지도 아들도 마
찬 가지다. 아버지의 담배 포라는 말에서 기러기 울어 예는 포구
냄새가 난다. 아들은 아버지의 마른 눈물을, 아버지는 속으로 울
고 있는 아들의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11.10.01. 국민일보 정절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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