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등성이
고영민 (1968 ~ )
팔순의 부모님이 또 부부싸움을 한다. 발단이 어찌됐던 한밤중,
아버지는 장롱에서 가끔 大小事가 있을 때 차려입던 양복을 꺼
내 입는다. 내 저 답답한 할망구랑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죄 없
는 방문만 걷어차고 나간다. 나는 아버지께 매달려 나가시더라
도 날이 밝은 내일 아침에 나가시라 달랜다.대문을 밀치고 걸어
나가는 칠흑의 어둠 속, 버스가 이미 끊긴 시골 마을의 한밤, 아
버지는 이참에 아예 단단히 갈라 서겠노라 큰소리다. 나는 싸늘
히 등 돌리고 앉아있는 늙은 어머니를 다독여 좀 잡으시라고 하
니, 그냥 둬라, 내가 열일곱에 시집와서 팔십 평생 네 아버지 집
나간다고 큰소리치고는 저기 저 등성이를 넘는 것을 못 봤다.어
둠 속 한참을 쫓아 내달린다. 저만치 보이는 구부정한 아버지의
뒷모습, 잰걸음을 따라 나도 가만히 걷는다. 기세가 천 리를 갈
듯 하다. 드디어 산등성, 고요하게 잠든 숲의 정적과 뒤척이는
새들의 혼곤한 잠 속, 순간 아버지가 걷던 걸음을 멈추더니 집
쪽을 향해 소리를 치신다. 에이, 이 못된 할망구야, 서방이 나간
다면 잡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이 못된 할망구야, 평생을 뜯어먹
어도 시원찮을 이 할망구, 뒤돌아 식식거리며 아버지 집으로 천
릿길을 내닫는다. 지그시 웃음을 물고 나는 아버지를 몰고 온다.
어머니가 켜놓은 대문 앞 전등불이 환하다. 아버지는 왜, 팔십
평생 저 낮은 산등성이 하나를 채 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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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묻는다. 아버지는 왜 저 산등성이 하나 못 넘느냐고. 아버
지가 답한다. 가장이 산등성이를 넘어가면 안 되는 거라고. 딸이
묻는다. 왜 엄마는 대문 앞까지 전등불을 켜놓느냐고. 어머니가
답한다. 남정네가 대문을나가면 그 순간부터 기다려야 하는 거라
고, 아들 딸이 묻는다. 그럴 걸 왜 싸우냐고. 부모가 답한다. 물을
걸 물어보라고 . - - - - ㅡ [임순만 수석논설위원]
2011.10.4. 국민일보 게재 된 아침의 詩 [ 산등성이 ] 全文
2011.10.5. heot ttokg,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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