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모습
2012.3.12 .여수 거문도 녹산등대여행中 [복이]가 만들어준 [하기]모습
[오감을 깨우는 시]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없더라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또한 바람이 일어나서
흐극흐득 지는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 없더라도
물이 왔다가 가는
저 오랜 썰물 때에 남아 있을 일이다.
젊은 아내여
여기서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가지며 무엇을 안다고 하겠는가.
다만 잎새가 지고 물이 왔다가 갈 따름이다.
ㅡ 高 銀 < 삶 > ㅡ
[좋은님 시 마당]
봄 풍경
ㅡ 정명숙 ㅡ
시장 골목을 지나쳐 나오는데
어떤 할매 바지춤을 내리고
그 안에 손을 넣고 있다.
갓길에 차를 세운 채
묘목을 파는 청년의 얼굴이 붉다
팬티 겉에 꿰매 둔 돈주머니에서
지폐 몇 장을 추려 그에게 건넨다
" 으따, 할매 넘 부끄럽소. 거, 얼른 하소."
꾸깃꾸깃한 지폐를 받아 든 청년의 말투가
거칠다
"요놈이 매실, 저놈은 복성(복숭아)맞제, 이? "
단숨에 셈을 치른 할매
깜장 고무줄 팬티가 허리춤에서
간당간당 하다
바지를 단단히 추켜올린 할매
묘목 두 그루를 장정처럼 거느린 채
시장 골목을 휘돌아 나가고
속옷 춤에 세 든 동전들 짤랑거리며
오월의 햇살을 잘게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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