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중략) 벼는 가을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 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벼는 혼자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 어깨를 기대고, 서로 바람을 맞아가며, 서로 속삭여가면서 한 시절 들판을 가득 채워준다.그리고 어느날 고개를 숙인다.그리고 `피 묻은 그리움`과 `넉넉한 힘`을 남겨둔 채 계절 속으로 사라진다. 벼는 가장 조용히 가장 낮게 왔다가 가는 `넓디 넓은 사랑`이다.
[사랑 사랑 내사랑] ㅡ오탁번 ㅡ
논빼미 마다 익어가는 벼이삭이 암놈 등에 업힌 숫메뚜기의 겹눈속에 아롱진다 배추밭에 찾아가던 배추 흰나비가 박넝쿨에 살포시 앉아 저녁답에 피어날 박꽃을 흉내낸다 눈 썰미 좋은 사랑이여 나도 메뚜기가 되어 그대 등에 업히고 싶다.
2012.10.16 진천 뚝방 넘어 논 베미에서 촬영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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