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 갈대] ㅡ 김윤현ㅡ
생각이 깊으면 군살도 없어지는 걸까 삶을 속으로 다지면 꽃도 수수해지는 걸까 줄기와 잎이 저렇게 같은 빛깔이라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는 묵상이 필요할까 물 밖으로 내민 몸 다시 몸속으로 드리워 제 마음속에 흐르는 물욕도 다 비추는 겸손한 몸짓이 꽃의 향기까지 지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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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전언을 무식하게 한마디로 요약하면 ‘단순한 것의 아름다움’쯤이 되려나. 왜 무식 한가 하면, 의미의 풍요로움이 시의 정수인데 이를 요약한다는 건 만행에 가까운 폭력이기 때문이다. 하나 일언이폐지로 시 앞에 서 있고 싶을 때도 있다. 군살 없는 생각으로 세계를 만나고 싶을 때, 물욕과 허욕을 다 버리고 맨몸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가 바로 그 순간이다. 고뇌하는 존재의 표상이 갈대란 건 널리 알려진 사실. 그것은 갈대만큼 겸허한 모습을 지닌 식물이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최소한의 줄기와 잎, 꽃과 줄기의 수수한 빛깔. 그것은 무채색 옷을 입은 수행자가 아닐 것인가. 마음을 모으기 위해 합장을 하고, 물빛 거 울에 자신을 비춰보는 묵상의 행위. 이는 곧 시인이 지향하고자 하는 삶의 소실점. 여기까 지는 누구나 쉽게 따라갈 수 있겠으나, 갈대꽃에 향기가 없다는 사실을 시로 녹여낸 사람은 흔하지 않다.
每日新聞 오피니언 [장옥관의 시와함께]中에서 옮겨적음 2012,11.20. 하기
"그때 그 곳에서 그렇게 사는 것이 그날의 삶이다. 그와 같은 하루 하루의 삶이 그를 만들어 간다.이미 아루워진 것은 없다.스스로 만 들어 갈 뿐이다 "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중에서)
[박현수의 시와 함께]
멜 이라는 것
제주 사람들은 멸치를 멜이라고 한다. 제주산 멸치라며 멜 한 통이 날라왔다.
멸치는 우리와 대단히 친근한 이웃이다. 턱에는 가느다란 이빨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으면서도 입꼬리가 눈 밑까지 파고든 주둥이는 뭉툭해서 편안하기까지 하다. 세계의 바다 전역에 퍼져 살고 있으나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며 너무 차거나 뜨거운바다는 싫어한다. 이들을 만약 먹사슬에서 떼어내게 되면 세상은 끝일 거라고 주장하는사람도 있다. 멸치는 날로 먹지만 최음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강한 맛으로 인해 음식에 풍미를 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큰 고기를 잡기 위해 미끼로 사용하기도 한다. 문제도 있다. 멸치는 신경계통에 식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는 도모익산을 포함하고 있어서 사람을 위험한 상황으로 몰기도 한다. 통풍을 유발하는 고함량의 요산도 들어있다. 누가 멜이라는 이름의 제주 산 멸치를 보냈다. 우리는 메일을 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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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을 우연이라 생각하면 삶으로부터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습니다. 단순한 우연 속에도 필연이 들어있다고 생각하고 그로부터 무엇인가 의미를 끌어낼 때, 그 속에 시가 있게 됩니다. 멸치와 메일이 둘 다 ‘멜’로 불린다는 것을 우연한 일치로 보고 웃고 지나가면 그것은 농담이 됩니다. 그로부터 유용하면서도 위험한 것이라는 양면성을 무슨 필연처럼 읽어낼 때, 그때 우리는 시 속에 있는 것입니다. 박현수 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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