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모습들
[가을나무의 말] 아는 열정의 시인이다. 고르고 고른 단어들로 벼리고 벼린 맵시가 일품인 시를 쓴다. 그러한 그가 ‘맹세는 깨 어졌다’라고 직설적 단언으로 시를 여는데, 이 또한 절묘한 맛이 있다. 네 마음 변한 걸 이제 나도 알겠다. 이 배신자여! 그 배신자, 얼마나 섬뜩할까. 그러나 화자는 원망과 분노를 억누르고 가을나무를 지켜보며 과격한 심사를 다스린다. 서리서리 엉겨 있는 정념과 정한을 자연의 형상으로 절묘하게 풀어낸다. 변한다. 나무들 색깔만 변하는 게 아니다. 봉숭아꽃 짓이겨 칭칭 동여매서 짙게 물들인 내 손톱도 그 봉숭아 물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꽉 차 있던 마음이 내려가 있다. 네 마음이! 어쩌면 내 마음도. 너를 애타게 기다리 느라 얼마나 물어뜯었는지,깨어진 네 맹세처럼 부러져버린 이 손톱! 가을나무도,초록이 지치면 단풍 드는 게 아니고, 사람의 심사를 눈치 채고 변하는 거다! 인간관계에서는 미학적 태도를 견지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시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다!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가을나무의 말
ㅡ2013.9.25.수욜 [동아일보 A30면 오피니언]게재 된 내용ㅡ
바디페인팅 작품 전시회장에서<2014.8.30> 2014.9.20.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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