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고,목간통이나 가서 땀을흘려야지...하며. 집을
나섰다가 숲길을 먼저 걷다가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숲길로 들어섰다.
내 몸을 휘감는 풀내음 냄새가 참 좋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숲길을 찾
는가 보다. 해서 사람들은 저렇게 좋은가 보다, 숲길을 걷는다는 것이...
[바람이 나무에게]
ㅡ 박한수
바람이 나무를
흔들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길을걷다가
무심코 바라보았던 그 나무
스치는 바람을
붙잡고 흔들고 있었습니다
나무에게 마음 붙들려
바람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사랑은]
ㅡ 권순진
사랑은 두 눈 부릅뜨지 않는 것
처음일 때 그러했듯
늘 그윽한 눈빛 쏘아주는 것
사랑이란 어쩌면
불량배들이 맹신하는 의리 같은 것
적당히 굽혀도 좋을 인사를
두 손 모아 허리 직각으로 꺾는 것
그리고 사랑은 지지하는 것
기어이 붓 뚜껑으로 그의 이름 앞에
붉은 도장 찍는 것
찍고 또 찍어 너덜너덜한 일수 수첩처럼
품 안에 꼬옥 간직할 것
단 한 번의 선택과 집중
단 하나의 봉분으로 깊게 깊게 파묻을 것.
이곳에 서니 벌써 날이 져물어 어두워 진다. 영상들에게 밝음을 줘봐도
별 소용이 없는건 나에 재주와 사진기 만지는 내 실력의 한계일테니까
여기에 서서 윗쪽을 향해 샷터를 누르다가, 몸을 돌려 아랫쪽을 향해 셧터를 눌렀다.
희미한 어둠이 자꾸만 묵직하게 밀려온다.사진기 렌즈가 어두워져 오고 있다.
이제 목간통으로 발길을 옮긴다. 훌떡 벗어버리고는 땀이나 흠뻑 흘려야겠다.
2017.10.22.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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