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을 다듬는 사람들
수목원 나들이를 나섰다. 좀더 있어야 붉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있을것 같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국화꽃을 정성을 다해 매만지며 들어 세우고 연결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이제 십여일이 지나고 나면 이슬을 머금은 국화꽃 향기
맡으며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 갈것이다. 모두가 더 건강했으면 참 좋겠다.
[때로는, 나무]
ㅡ하 영 <시인>
봄바람에 꽃잎이 날리듯
그렇게 날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게 아름답게
사라지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한없이 속삭여 놓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서고 싶을 때가 있다
한 번쯤은 누구나
그렇게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가지가 한 뼘씩 빛을 쫓아가면
뿌리는 한 뼘씩 어둠 속을 파고들듯이.
[ 꽃 ]
ㅡ나태주<1945 ~ >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내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ㅡ시집<꽃을 보듯 너를 본다>中 ㅡ
☎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그 "누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조건"을 좋아하는 것이다.
이것은 순수하지 않다.다만 "너"라는 한 가지 이유, 네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나를 잡아
당기기 때문이다. 참 아름다운 관계다. 인간적 향기가 은은히 풍긴다. 참 따뜻하다.
ㅡ 문효치 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장>
2017.10.9. 한국경제신문 [이 아침의 시]게재
[정끝벌의 시 읽기: 一笑一老]
[ "늙은 꽃" ]-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문정희(1947~ )
('다산의 처녀', 민음사, 2010)
.................
☎ 꽃이 찬란한 것은 늙지 않기 때문이다. 필 때 다 써버리기 때문이란다.
꽃의 피 속에는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고, 말과 분별이 없기 때문이란다.
눈부신 것들이 불러일으키는 찬란한 착란이다.'나의 노년은 피어나는 꽃입니다.
몸은 이지러지고 있지만 마음은 차오르고 있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문장이다.
늘, 지금을 탕진하는 것들은 황홀한 향기를 내뿜는다. 태양이 저물 때도 황홀한
이유다. 꽃 중의 꽃이라는 모란과 장미가 봄의 황혼을 향기롭게 하는 이유다.
모란이 지고 말았다,이제 장미도 질 것이다.늦게 핀 꽃이든 늦게까지 피어 있는
꽃이든 지금 탕진할 것이 남아 있다면, '다 써 버릴' 게 아직도 남아있다면,
당신은 여전히 그냥 한 꽃이다! 그러니, 피어 있을 때 꺾으라. 내일을 기다리지
말고 생의 장미를 오늘 꺾으라!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지금 장미를 따라'!
- 정끝벌 시인. 이화여대 교수
이제 십여일 후에 잘 다듬어진 조형물 위에 얹혀 뿌리 밖은 국화는 제 모습을 뽐내며
우리들을 맞이 할 것이다.그때 국화꽃이 활짝펴 뽐내고 만발하면 다시 담아와야겠다.
2017.10.22.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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