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한 편
6월의 끝날.
장맛비가 내린다.
빗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갚아야 할 꿈]
자정의 비는
가로등이 하얗게 빛나는 곳으로 몰려간다.
멈칫멈칫 내린다.
거기 있을 것이다.
느릅나무 이파리 뒤에 숨어
우는 민달팽이
푸른 울음, 기다란 한 줄이.
내밀어 더듬는 뿔에
당신의 붉은 꿈이 걸린다.
엎치락뒤치락 갚아야 할 당신의 꿈이.
ㅡ강인한 (1944~ )
☎ 장마라고 합니다. 비가 잦습니다. 저 아랫녘에서 올라오지요. 그리고
어디까지 올라가 소멸하는지는 모릅니다. 3.8 이북 이야기는 잘 전해지지
않으니까요.빗소리에 잠 못 드는 분들 많습니다. 좋아서, 서글퍼서, 아파서- - -.
'빗소리 때문 - - -' 이게 제일 정확한 이유. 비는 저 하늘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니까요. 오늘과 내일 사이(자정) 빗소리에 구름보다도 많은 생각이 몰려
옵니다. 그중 '당신의 꿈' 이 걸립니다. '당신' 은 아마도 우리의 '아버지' 일
듯싶은데 혹 잃은 '연인' 일까요? '나'는 현재 후드득거리는 빗발 속 '느릅
나무 이파리 뒤에 숨어 / 우는 민달팽이' 와 같은 소시민입니다.
빗소리 곁에 있으니 저절로 생각(뿔)이 내밀어져요. 둘러보니'당신의 붉은 꿈'
과는 다른 존재죠. 하여 '당신의 꿈'을, 그저 더듬어 볼 뿐이죠. '갚아야 할 꿈'
이라고는 하지만 갚을 수 없어요. 달팽이 뿔로 무엇을 치받을 수나 있겠서요!
'뿔'거두고 귀 기울려볼 뿐이죠.
ㅡ장석남 시인- 한양여대 교수.
2020.6.29. 조선일보 오피니언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중에서
2020.6.29. 촬영 :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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