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하 (白夏) - 1
백이운 (1955 ~ )
천둥 번개가 찢고 간
조선의 여름 하늘
우리 하느님
하얀
모시적삼
피 배듯
피 배듯 왁자한
쓰르라미
붉은 울음.
ㅡ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 인선 50 "슬픔의 한 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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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神)이 울었던 그해 여름
흰옷 입은 백성들의 나라 조선의 여름은 희다. 그 여름 하늘을
천둥 번개가 찢고 간다. 1950년 6월 25일. 오! 나의 하느님이시여.
어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하얀 모시 적삼에 피 배듯 쓰르라미가
왁자하게 붉은 울음을 자지러지게 운다. 그 무서웠던 여름을 절제된
감성으로 그려냈다. 백이운 시인은 "흰 여름"을 주제로 한 스물여섯
편의 시조를 썼다. 그 마지막 작품이 이러하다.
조선낫으로도 끝내 못 벤 / 시간의 성남 머리채 /
그 머리채에 칭칭 감겨 / 미지로 간 누가 있나 /
부러진 만장(輓章)에 기대 / 신이여, 왜 네가 우나.
만장에 기대 신이 울었던 그해 여름이었다. 우리는 칭칭 감긴 성난
머리채를 아직도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다. 우리 시조단에 보기 드문
6.25 소재 연작 시조다.
ㅡ 유자효 시인
시조가 있는 아침
중앙일보 2021.6.17. 오피니언에 게재된 것을 옮김
2021.6.25. 편집 :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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