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2023년 장마는 홍길동 장마라고 한다.
이 쪽에서 야단스럽게 내리더니 다시 저 쪽에서
요란스럽게 장맛비가 내리고 있으니... 정신 차려야 겠다.
[ 장 마 ]
내 머리칼에 젖은 비
어께에서 허리께로 줄달음 치는 비
맥 없이 늘어진 손바닥에도
억수로 비가 내리지 않느냐,
비여
나를 사랑해 다오
저녁이라 하긴 어둠 이슥한
심야(深夜)라 하긴 무슨 빛 감도는
이 한밤의 골목 어귀를
온몸에 비를 맞으며 내가 가지 않느냐,
비여
나를 용서해 다오.
ㅡ천상병 (1930~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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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병 시인이 서른 살이던 1961년에 발표한 시. 우리 몸의 아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어떤 시는 우리를 치유하고, 순진무구한
어떤시는 종교의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천상병의 시는 눈앞에
펼쳐 놓지 않고도 해설을 쓸 수 있다.그만큼 강렬하다."나를 용서해
다오" " "나를 사랑해 다오" 두 구절이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공자님 말씀처럼 사악함이 없는 시.시를 빙자해 돋보이겠다는 간사
함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를 천상병은 썼다.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
게나 쓴 것 같지만 운율이 있고 앞뒤가 맞는다. 그는 소박한 언어의
마술사 였다. 사랑과 용서를 남기고 떠난 시인이여, 저승에서 라도
평화를 누리시기를 - - - .
ㅡ 評.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ㅡ 2023.7.3 (월) 조선일보 [ 최영미 의 어떤 시 (127) ]
오피니언 게재 에서 옮김 ㅡ 하기
2023.7.5. 편집 ;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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