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자영
밥 꽃
이자영
쌀밥 덮힌 나무 아래로
시간 반찬 짊어진 배고픈 이들 모여들어
상을 차리네
'주린 배보다 더한 허기는 어머니 손길이네'
이구동성 끄덕이며 염치없이 천륜 당겨 가슴 덥히다
하교 후, 닭장 안 둥지의 갓 낳은 계란 안고
닭똥 같은 눈물 뚝뚝 흘리던,
열한 살 소녀의 이팝나무 그늘이 떠오르네
수십 년 달려와서도 마음 가난 면할 수 없는
궁핍한 그린벨트 같은
이밥 꽃 훑어내려 먹어도 채울 수 없는
죄로운 뱃고래 크기와 하늘에서도
밥 짓는 어머니 마음의 보이지 않는
그 솥 지름과 깊이 값 풀 수 없어 주저앉네
사 남매 흩어질까 네 갈래 진 꽃잎
옹글게 모아 쥔 묵은 치성.
철없는 바람 탈곡기 꽃 다 털고 해 기울면
소쩍새 길게 울겠네
출처 : 은어의 詩 이야기
글쓴이 : 은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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