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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詩 들

[스크랩] 그릇 - 오세영

by 하기* 2008. 7. 11.

그릇 / 오세영(1942~)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節制)와 균형(均衡)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理性)이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중앙일보> 2008.6.18일자

      인간은 완성된 채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얻은 것을 통해 완성된다.  그릇은

      완성체.그러나 그릇 역시 불을 이겨 그릇이 되는 법. 언젠가 우리의 내면에서 눈부신

      빛이 흘러나와 그 어떤 빛도 필요치 않듯이 지금 내면을 바라보라. 그 안에서 중심을

      발견할 것이다.그 중심이야말로 빛이게 만드는 생의 순간들을 영원하게 만든다.그러

      나 깨진 그릇은 칼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가 날카로운 끝을 세운다.

      그것은 눈 먼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  지금 나는 칼에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맨발.

      찔린 "상처 깊숙이서 성숙"한 혼을 기다리는 맹목(盲目). 그리하여, 이 피과학적이고

      도 극렬한 사랑의 아포리즘은 순환(循環)과 원융(圓隆)의 중심을 화살처럼 관통한다.

                                                                                               <박주택 시인>

 

   [출처] 황종배 시인 블로그

출처 : 은어의 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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