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ㅡ 젖가슴 ㅡ
권혁웅
귀신사 (歸信寺)* 한구석에 잘 빨아, 널린 수국(水菊)들 B컵이거나 C컵이다
오종종한 꽃잎이 제법인 레이스 문양이다 저 많은 가슴들을 벗어 놓고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묻지 마라 개울에 얼비쳐 흐르는 꽃잎들을 어떻게 다 뜯어냈는
지는 헤아지 마라 믿음은 절로 가고 몸은 서해로 가는 것 땅 끝을 찾아가 데려
온 여자처럼 고개를 돌리면 사라지는 것 소금 기둥처럼 풀어져 바다에 몸을
섞는 그 여자를 만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도금한 부처도 그대 눈빛도 다
서향(西向)이지만 그 여자, 저물며 반짝이며 그대를 단 한 번 돌아보지만.......
시 평
전북 김제 모악산 기슭에 있는 절*이름. 꽃을 시각과 후각으로만 만나는 것은
아니다. 드물긴 하지만 미각으로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수국은 촉각으로 만나
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젖가슴처럼 몽실 몽실하고 둥근 형태. 살포시 움켜쥐면
코카콜라 병처럼 손아귀에 쏙 들어오는 양감 (量感)을 느낄 수 있다. 곁에서 바
라 보는 사람이 괜스레 얼굴이 달아올라선 눈을 흘기기도 하지만.....................
수국이 젖가슴을 닮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레이스 문양까지는 보지 못 했다
관념의 미망과 허망을 통찰하고 있는 시이지만, 나는 어째 B컵, C컵에 자꾸
눈길이 머문다. 어떤 점에서 시의 힘은 자성(磁性)이 강한 어휘들의 조합 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그나저나 이 수국은 절간에서 많이 심는데 그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 수국이 헛꽃이라는 게 하나의 단서. 시인 장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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