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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參戰 그後

[스크랩] 베트남 전선에서 국군을 본다 / 모윤숙

by 하기 2 2009. 6. 5.

 

 

 

베트남 전선에서 국군을 본다

-맹호 재구대대장실에서, 1966년.

 

모윤숙

 

집 떠난 국군 너 화랑의 아들들아

육지와 바다 하늘의 길손이 되어

이 열풍 속에 달리는 모습

두터운 우정과 용감한 기백으로

더운 소나기 뿌리는 이 남국에

자유를 잉태하려 행진하는 국군을 본다

 

나도 몰라 예가 어딘지

살뜰한 국군 예서 만났네

저 잎새 무성한 푸른 가지에

향수에 흐느낀 적은 몇 번이었을까

 

어머니 나라 떠나기 이번이 처음

그대들이 늠름히 여의도를 거쳐 떠나던 날

온 동포는 가슴 설레 어쩔 줄을 몰랐지

우리 처음이라 어쩔 줄을 몰랐지

보내고 나니 하루하루 마음 설레어

여기 어딘지도 모르고

엄마 누나 아내와 애인을 대신하여

그들의 눈물겨운 꽃다발을 모아 안고

잘 있는지 보고 싶어 잠시 왔노라

 

가까이 있었을 땐 이럴 줄은 몰랐노라

찬바람 날리는 최전선을 지키다가도

이따금 주말엔 만날 길이 있었더니

훌훌히 떠난 후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기도의 메아리

 

나 흙투성이 더운 땅에서

햇빛이 뜨거워 몸부림 칠 때

서늘한 바람으로 그들을 식혀 주소서

신이여 그들에게 용기와 생기를

잘 싸우라 비는 마음 온 겨레가 한 마음

 

조국의 용사여 자유와 해방의 용사여

이제 나는 또 보노라

만리를 넘어 온 국군을

억센 발걸음 멈추지 않고

이름 모를 강물에 입술을 적시며

이 깨어진 땅을 위해

공포와 살육의 음모를 막는 국군을 본다

 

장하여라 그 얼 그 정신

굽힘 없는 이순신의 저항이다

가도가도 깊어지는 저 밀림 수렁에

 

몰아오는 적의 고함을 따라

아시아의 열풍에 몸을 떨면서

죽음도 마다 않고 달리는 국군을 본다

 

그 내뿜는 정의의 분노를 본다

어두운 정글을 헤치며 내닫는

승리의 국군을 본다

또 다른 전선에서

또 다른 전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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