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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詩 들

내 마음의 글판

by 하기* 2011. 12. 15.

 

 

[정진홍의 소프트파워] 내 마음의 글판

[중앙일보] 입력 2011.12.03 00:00 / 수정 2011.12.03 00:00

 

   #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외벽에는 철 따라 글판이 내걸린다. 이른바 ‘광화문 글판’이다. 1991년 시작했으니 20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에는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 다시 찾자”(91년 정초), “ 개미처럼 모아라 여름은 길지 않다”(92년 정초),  “훌륭한 결과는

륭한 시작에서 생긴다”(94년 정초)는 식의 다소 딱딱한 교훈적 문구였다. 그나마도 연초에 한 달 정도만 내걸렸다. 하지만 교보생명

립자인 고(故) 신용호 회장이 구호나 교훈이 아니라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글귀를 담자고 제안한 다음부터 ‘광화문 글판’은 뭇사람들

마음의 글판이 됐다.

 #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온 나라가 외환위기로 깊은 시름에 잠겨 있던 98년 2월 ‘광화문 글판’

오른 글귀다. 본래 고은 시인의 시 ‘낯선 곳’에서 따온 구절이었지만 시 자체가 주는 감동보다도 더 큰 울림이 있었다.  그해 9월까지

반년 넘게 내걸린 이 글귀는 감동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잖은 사람들의 인생마저 흔들고 바꿔 놓았다. 나 역시 그랬다.

 # 20년 넘게 광화문 글판에 내걸린 글귀 중 사람들을 가장 많이 감동시킨 것은 무엇이었을까?  순위 매긴다는 것이 어색한 면도 없진

않지만 얼마 전 시민 1600여 명이 참가한 온라인 투표 결과 1위는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

때문이다”였다.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의  글귀다.   사람 값이 추락하고 점점 더 하찮게 여겨지는 이 시대를 향해 결코 그럴 수 없고

래서도 안 된다는 것을 잔잔하지만 호소력 있게 웅변한 결과이리라. 2위는 2000년 5월 게시됐던 고은 시인의 ‘길’ 가운데의 한 구절인

“길이 없으면 /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였다. 그렇다.  삶의 막다른 길 앞에서도 결코 놓아버릴 수 없는 희망만 있다면

새 길은 열린다. 반드시! 3위는 일본의 100세 된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의 글로 “ 힘들다고 한숨 짓지 마/ 햇살과 바람은 한쪽 편만 들

지 않아” 였다. 세상이 제아무리 힘들어도 언젠가는 내 편 돼줄 바람도 불고 햇살도 있으리란 기대와 희망을 결코 버리지 말라는 얘기다.

 # 굳이 순위를 매기지 않아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마음의 옷을 갈아입고 다가온  ‘광화문 글판’은  우리 안에 숨죽인 희망을

깨우며 다시 일으켜 도전하게 하고 이 거칠고 황량한 시대 속에서 위로 받게 했으며 끝끝내 끌어안고 사랑해야 함을 일깨워줬다.  “흔들

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2004년 봄),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

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2005년 봄),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200

5년 여름), “가장 아름다운 열매위하여/ 가장 외로운 낙엽을 위하여/ 오늘을 사랑하게 하소서” (2006년 가을),  “버려야 할 것이 무엇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2007년 가을),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2006년

겨울),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 서성대지 말고”(2009년 겨울)…. 정말이지 구절 구절마다 가슴을 때린다.

  # 며칠 전 ‘광화문 글판’에 새로 내걸린 글귀는 이렇다. “푸른 바다에는 고래가 있어야지/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정호승 시인의 시 ‘고래를 위하여’에서 가져온 구절이다. 그 글판을 보면서 갑자기 겨울바다로 달려가 고래를 보고 싶어졌다. 물론 그 바

에서 고래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게다. 하지만 내 마음의 바다에서는 고래를 볼 수 있기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 희망, 열정의 고래

를!  나이 들어도 이것이 있으면 청년이고, 청년일지라도 이것이 없으면 애늙은이 아니겠나!

정진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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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같은 일을 함께했다.그러면서 여유를 찾으며 조금씩 적립도었다.

매달 한번씩 모여 얼큰한 제주산 은칼치 찜에 점심을 하곤 그자리 앉아 어찌해야 이웃나라 여행을

가장 저렴한 ㅇ로 가는 걸 연구를 하곤 했다.[림이]兄이  2월 중순에 동유럽4개국을 다녀왔고 5월

초에는[하기]가  서유럽5개국을 다녀오려 계약을 체결했고 [승兄]과[권兄]은 중국여행을 계획중

이다. 봄날이 끝날쯤에는....모두 건강한 모습이 언제나 좋다.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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