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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詩 들

장작불 쬐며

by 하기* 2011. 12. 15.

 

 

[삶의 향기] 장작불 쬐며

[중앙일보] 입력 2011.12.15 00:00 / 수정 2011.12.15 00:00

 

  

  다시 겨울이다. 추위도 오고 돈 걱정도 오는 겨울이다. 새해도 오고 후회도 오고 새로운 결심도 오는 겨울이다.

겨울도 매년 조금씩 변한다.  요즘의 겨울 추위는 옛 추위와 다르다. 살이 트고 동상이 생기던 사나운 옛 추위는,

난방시설을 잘 갖춘 실내에서 창밖을 구경하는 안락한 추위로 바뀌었다.그래서 옛날에 쬐던 장작불이 생각난다.

장작불은 더위와 추위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겨울의 무시무시한 추위를 생생하게 느끼면서 그 추위가 몸에서

녹는 것을 낱낱이 느낄 수 있다. 한 몸에서 겨울의 맹렬한 추위와 불의 뜨거운 힘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장작불은 가까이 가면 뜨겁고 멀리 물러서면 춥다. 앞을 쬐면 등이 춥고 등을 쬐면 앞이 춥다.  그래서 고구마나

생선을 뒤집고 돌리면서 골고루 굽듯이 몸을 계속 돌려주어야 한다. 그러면 추위가 녹는 제 몸을 즐겁게 관찰할

수 있다.    이렇게 장작불에 온몸을 굽고 나면 불을 떠나 다시 찬바람 앞에 서더라도 내장까지 뜨끈해져서 한참

동안 몸 안에서 온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장작불은 몸만 따뜻하게 하는 게 아니다. 불구경, 그거 참 신나는 일이다. 불줄기의 힘차고 울퉁불퉁한 근육과,

날씬한 허리가 추는 유연하고 날렵한 춤은 눈을 취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불꽃의 움직임은 한 동작 같지만 한

번도 같은 동작이 없다.단순한 동작 속에 수많은 변화무쌍이 있다. 불의 혀들이 한꺼번에 나무에 달려들어 장작

의 살을 뜯어내고 삼키고 핥는 듯한 식욕은 또 얼마나 탐스러운가.불의 혀가 지나간 자리에는 뼈도 남지 않는다.

그 맹렬하고 게걸스러운 식욕을 구경하고 나면 실컷 먹은 것처럼 배불러진다.

 장작불의 음악은 또 어떤가? 활활 타오르는 부드럽고 무서운 소리 속에서 나무가 뻥뻥 터지는 박력 있는 리듬

이 나온다.  마치 오케스트라 속에 대포가 들어있는 것 같다.  그 음악은 내 마음에서 나오지 못하고 소리 지르고

싶던 것들을 나 대신 후련하게 내질러 주는 것 같다.   장작불 냄새는 또 어떤가? 맵고 구수한 나무 향에 내 몸이

훈제되는 느낌. 맛은 눈물을 흘려가며 눈으로 먹고 구수한 향은 코와 피부로 먹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면 구리고

비리고 누릿한 몸과 마음의 냄새가 싹 씻겨나가는 것 같다.

 나무는 제 몸을 태우면서  ‘기억의 춤’을 춘다고 함민복 시인은 노래했다. 나무가 일생 동안 경험한 햇빛, 공기,

물, 비바람 등의  기억은 음반처럼 나이테에 저장되었다가  불에 탈 때 음악이 재생되듯 살아나면서 자연으로 돌

간다는 것이다.“새의 날갯짓 활활/ 눈비바람 꺼내 불바람/ 흔들림에 대한 기억으로 흔들리며/ 불꽃은 타오른다

// 출렁출렁/ 빛 그림자/ 달빛도 풀린다”(‘원을 태우며’)는 것이다.장작불은 자연에서 받은 것을 남김없이 자연으

로 돌려보내는 장엄한 다비(茶毘)의 춤이다.  추위를 녹이는 열과 은은한 향과 찬란한 빛이야말로 나무의 무욕의

 삶이 남긴 사리가 아닐까.

 또 한 해가 지는 겨울이다. 
한 해를 돌아보며 ‘땀을 흘리며 뜨겁게 살았는데 왜 몸은 여전히 추운가’ 하고 묻고

싶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 답이 듣고 싶다면 혀가 만드는 언어에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그저 묵묵히 장작불

을 쬐어 볼 일이다. 어떠한 고정관념과 선입견도 없이 풍부한 의미를 제 안에 품은 불의 말을 들어볼 일이다.오로

지 힘차고 아름답게 타는 일에만 전념하고 뒤에 남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불의 말을 들어볼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뜨겁게 태운 올해도 그 장작불처럼 사라지려 하고 있다.

김기택 시인

 

 

 

 

 

우리가 언제나 시간이 나면 즐겨찾는 서문시장 난전 국수집이다.넉넉한 쥔 마님의 음식 맛이

좀처럼 우리를 갈라놓지 않는다. 그래서 그렇게 찾는 것일까?  시원한 잔치국수 정말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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