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오피니언 입력 : 2013.01.25 23:04 눈부신 설원과 새파란 하늘, 은빛 상고대를 입은 나무들. 겨울 선자령이 이렇게 고분고분 순한 날도 드물 것이다. 한 달 전 올랐더니만 각오했던 칼바람은 숨을 죽였고 기온도 매몰차게 낮지는 않다. 초보 등산객에겐 고마운 날 씨다. 네댓 살 아이가 뛰어가다 아빠 스틱을 붙잡고서 미끄럼을 타며 간다.산악자전거를 타는 이들도 있다. 완만 한 서쪽 구릉, 가파른 동쪽 비탈 사이로 난 능선 길을 걷자면 강릉 시가지와 검푸른 동해가 한눈에 든다.
▶강원도 평창 선자령은 대관령 북쪽 백두대간에 서서 영동과 영서를 가른다. 정상이 1157m에 이르지만 옛 영동 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하는 들머리가 840m여서 300m쯤만 오르면 된다. 능선 따라 올라갔다가 서쪽 골 짜기로 내려오는 왕복 길이 10.8㎞. 워낙 평탄해서 해찰하며 가도 네 시간이면 충분하다. 선자령은 오른다기보다 걷는다고 하는 게 맞다.
▶선자령은 야생화 천국이다.봄이면 바람꽃·복수초·얼레지·중의무릇이,여름엔 애기앉은부채·산비장이·제비동자꽃 각시취가 다투어 핀다. 선자령은 겨울에 제일 붐빈다. 황홀한 눈꽃을 쉽게 즐길 수 있어서다. 설원에 키 80m 풍력 발전기 쉰 몇대가 돌아가는 것도 이국적이다. 선자령이 가장 큰 풍력발전단지라는 건 그만큼 바람이 드세다는 뜻 이다. 연평균 초속 6.7m의 바람이 불고 겨울엔 걸핏하면 초속 20m를 넘긴다.초속 15m면 간판이 날아가고 20m를 넘으면 기왓장과 지붕이 뜯긴다.
▶선자령 바람은 뺨을 후려갈기듯 모질어서'따귀바람'이라고 부른다.바람이 초속1m씩 빨라질 때마다 체감온도는 0.6도씩 떨어진다. 그제 낮 두 시쯤 선자령 정상 부근에서 칠순 부부가 저체온증으로 탈진해 숨졌다. 기온은 영하 2도였지만 순간 최대 풍속 20.6m 강풍이 몰아쳤다.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갔고 앞사람이 안 보이도록 눈보라가 일었다. 두 주 전에도 선자령에서 40대 남자가 심장마비로 숨졌다.
▶체온이 34도로 떨어지면 근육이 딱딱해지고 31도에선 의식을 잃는다. 고혈압·당뇨병 같은 혈관 질환이 있는 사 람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덕유산 정상 향적봉도 곤돌라 타고 편하게 오르는 눈꽃 명소다.향적봉에서 중봉 가는 짤막한 길에 '작년 겨울 등산객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곳'이라는 경고문이 둘이나 서 있다. 선녀가 아들을 데리고 와 놀았다는 선자령(仙子嶺) 이지만 겨울 산은 그렇게 평화롭지만은 않다. 잘 차비하고 삼가는 마음으로 올라야 한다.
2013.1. 26 . 토요일 조선일보 A30면 오피니언 [만물상] 선자령 등반 사고. ㅡ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글 ㅡ
선자령을 오르던 날은 숨이 많이 차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중간 지점에서 정상에 서는 것을 포기 할까 하는 유혹을 여러차례 받았는데...이겨내고 이렇게 다녀 왔습니다.그리고는 코뿔을 앓았드랬습니다.세찼던 바람을 이기 못한 내 몸의 나약함 때문이였지요. 일 주일을 예뿐 간호 사에게 엉뎅이 내 맡기고 주사 맞고 낑낑 거렸습니다. 기침도 했구요.이제야 좋아지고 있습니 다. 2013년 한 해도, 포근했던 나에 등산 신발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더 움직이고 힘 얻어서 성 큼성큼 앞길을 헤쳐나갔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소식보냄니다. 그리고 사랑할 것 입니다. 모두 건강하십시요. ㅡ 선자령 에오르다 에서 캡처 ㅡ 2013.1.13. 하기
우리 (여송 산악회)는 화창하고 따뜻했던 지난 2013.1.11. 선자령을 다녀왔다 좋은 날을 골라서 우리는 건강하게 이렇게 힘차게 다녀왔다. 그 후 십 여일이 지나 이러한 겨울 산행 사고 소식을 접해 무척이나 안스러웠다. 산을 무척이 나 좋아했던 73세 老 부부가 우리가 먼저 더녀 온 선자령에 올랐다가 눈보라 가 몰아친 산속 만뎅이에서 조난사고를 당해 둘이서 함께 선자령에서 운명을 했다는 가사를 읽었다...깊은 애도와 묵념을 보낸다.산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 에게 겨울 산행에서 지켜야 할 교훈을 운명을 달리하며 알려 주었다. 명복을 빈다.우리 모두는 더욱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ㅡ선자령 등반사고 기사를 읽고 ㅡ 2013.1.26.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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