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
산다는 것 무얼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 찌꺼기 걸러버리고 그래도 때 묻어 있거든 애 퉤, 침 뱉어 버리고
머언 산, 머언 산 바라보다가 해 져도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거든 어두움에나 파묻혀 보는거지.
<서정태 시집 "그냥 덮어둘 일이지" (시와)중에서 >
[금주의 신작시] 영남일보 2013.2.16. 토요일
2월의 어딘가에는 눈이 내리지만 또 어딘가에는 꽃이 핀다. 2월은 강설과 개화가 함께 하는 달 우리가 지극한 사랑 앞에서 이별을 마주하듯 아이러니하다. 바다 내음 물씬 풍겨오는 2월.부산 역에서는 삶의 무게 고스란히 짊어진 사람들이 정처없이 떠나간다. [시간의 아이러니를 일러 주는 바닷가의 큰 역] KTX메가진 2010년 3월호 에서
[2월에 쓴 시 ㅡ부산역에서]
지금쯤 어딘가에 눈이 내리고 지금쯤 어딘가에 동백꽃 피고 지금쯤 어딘가에 매화가 피어
지금쯤 어딘가에 슬픈 사람은 햇살이 적당히 데워질 때를 기다려 눈물 한 점 외로운 벤치 위에 남겨두고서
다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겠다
다시 어디론가 길을 뜨고 있겠다
ㅡ홍수희 1995년 <한국시>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은 부산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詩 [2월에 쓴 시 ㅡ 부산역에서]는 2000년 발표된 시로 "시사랑 시의 백과사전 (www.poemlove.co.kr) 에서 감상할 수 있다.
2월은 미완의 달(月)이다. 1월. 2월. 3월.--- 이라고 부르는 달에 완성된 것이 어디 있고 그렇지 않은 달이 달리 있겠느냐마는 2월의 이미지가 왠지 그렇다. 여느 달과 달리 한 달의 날짜가 며칠 적다는 데서만 이런 인상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절기상 겨울의 끝에 해당되지만 마지막이며 끝다운 매몰참.강열한 느낌을 동 반하지 못하는 것이 2월인 것이다. 뭔가 어설프고 부족하고 덜한 느낌만 준다. 상대적으로 그 앞뒤에 자리 하는 1월과 3월을 떠올려보면 이 느낌은 더욱 확실해진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1월. 만물이 생동하는 3 월은 피상적 인상만으로도 꽉 차 있고 옹골지고 빽빽하다.굳이1년 중 2월과 가장 비슷한 달을 찾으라고 한 다면 11월이 되겠다. 자주 먼나서 즐거운 대화도 나누지만 도무지 진도가 나아가지 않는 그와의 관계- - -. 2월이 그런 달이다.따라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어서 존재감이 확실치 않이하고 없으면 더러 아쉬운 한 달이 2월이다. 2월은 한 해의 두번째이고, 11월은 끝에서 두 번째 달이다. 물론 사람들이 편의로 구획 지은 시간의 마디가 열두 달이지만 개개의 달은 이렇듯 저마다의 상징과 이미지를 거느리면서 우리의 의식과 행동에 끊임없이 작용한다. 시는 2월의 불확실함과 그 시간을 떠나고자 하는 비극적 의지를 노래한 다. 2월은 아직 깊은 겨울, 따라서 어딘가에 눈이 내리겠지만 동백꽃이며 매화 같은 겨울 꽃이 피기도 한다.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지닌 배낭을 메고 정처 없는 길을 나서기로 한 것이다. 2월의 길 떠남은 뒤에 다가올 눈 부신 봄날에 대한 확신 때문은 결코 아니다. 결국 시가 알려주는 것은 불확실하면서도 역설적인 시간의 굴레를 쓴 우리네 삶에 관한 것이다.
ㅡ글쓴이 崔 學 고려대 국문과 졸 현 우송대 교수로 재직중인 소설가 [KTX magazine 2010년 3월호]에서
여기 세 녀석들은 진짜 뿡알 친구들이다. 우린 열살때 만나 오십년을 후우울 쩍 넘긴 지금도 허구한 날 함께 모여 다닌다...
봄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새 봄이다. 형들과 아우들께 함께 이름을 부르고 서로의 이름에 합당한 눈짓이 필요할 때 다 카메라 들쳐메고 들판으로 산으로 나가 볼 일이다.
2013.2.18. 월요일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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