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경의 100세 시대] 은퇴남들의 " 나 홀로 식사 "
61세의 A 씨는 퇴직 후 생활을 “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황당하다”고 표현했다. 그중에서도 제일 힘든 건 “ 혼자 밥 먹는 일”이라고 했다. 활동 한답시고 나돌아 다니는데, 봉사는 밖에서만 하나?’ 물론 집에 가면 다시 조용해지지만요.” 에서 혼자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을 보곤 충격을 받았다. 일본에는 심지어 화장실에서 혼자 밥 먹는 대학생도 있다고 하는 게 아닌가. A 씨는 그런 장면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이러다 혹시 나중에 혼자 남는다면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령대의 남자들이 여럿 있었다.12주에 걸쳐 된장찌개 끓이는 법부터 전골요리 만드는 법까지 배웠다. 요리교 실 다닌다는 얘기에 코웃음을 치던 아내는 어느 날 저녁 A 씨가 차려 놓은 밥상을 보더니 놀라는 눈치였다. “전에는 ‘오늘은 언제 들어오시려나?’ 하면서 마누라 눈치를 보았어요. 하지만 요즘은 시장 보고,서점에 가서 요리책 구경하고, 음식 만드는 데 신경 쓰느라 마누라가 나가든 들어오든 관심도 없어요. 오히려 그쪽에서 내 눈치를 봅디다.” 에 따르면 1인 가구는 1990년 102만 가구에서 2011년 436만 가구로 4.3배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수준 의 증가세를 보였다. 계청 자료에 의하면 60대 1인 거주자의 32.2%, 70대의 18.2%, 80세 이상의 13.7%가 남자인 것으로 나타 났다. 또 지난해 한국보건사회 연구원의 조사 결과 1인 가구 남자 어르신의 28.9%가 혼자 사는 데 따르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가사 등 일상생활 문제 처리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게이조가 쓴 ‘할아버지의 부엌’이라는 책이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집안일은 여자만 하는 것으 로 알고 83년을 살아온 할아버지가 아내의 죽음 이후 집안일을 배우면서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이 책은 노년의 남자들에게 부엌일을 통한 홀로서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었다. 실력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음식을 만들 수 있어야 식생활의 질도 높이고 인생도 즐거워지지 않 겠는가. 해 보이는 이유는 식탁을 나누기 때문이다.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소셜다이닝(Social Dining)’의 개념도 함께 함께하는 밥상을 매개로 친교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얘기를 나누는 따뜻한 모임이 필요하다. 식탁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꿈꾸는 ‘복지사회’다.
ㅡ 2013.5.16.동아일보 A32면 오피니언 게재 발췌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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