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연인을 스케치 하다
급행1번 버스를 타고 팔공산 종점에서 내렸다. 그리고 수태골 입구 지나 부인사 앞까지 걸었다. 가을이, 가을이 이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2014.10.28.(화욜)오후 5시35분경 하기
벌써 하루 해가 기울고 있다. [시간의 뼈] ㅡ정온유 (1967 ~ )
늦가을 나무둥치 소리 여직 달려 있다 매듭이 뚝뚝 지는 굵고 성긴 울음 그 사이 하늘이 넓다 뿌리들이 보인다
설익은 나날들도 푸르게 깊은 고요 채우지 못한 그리움 낙엽으로 쌓이고 투명한 줄기만 남아 시월을 채운다.
시간의 뼈 마디마디 성급히 열납(悅納)하고 집 떠난 알갱이 같은 하루가 모여 모여 고요히 굽은 등 너머 먼 길을 나선다.
2014.10.31. 조선일보에 게재된 [가슴으로 읽는 시조]를 옮겨 타이핑 했음
행복한 연인을 스케치 하다.
눈 부시게 높푸르던 시월이 간다. 다 태울 듯 불타오르던 단풍들도 낙엽이되어 남은 길을 떠난다. (중략) 시간의 뼈처럼 성근 나뭇가지사이로 하늘도 휑해지는 느낌이다. 이제 "고요히 굽은 등너머 먼 길" 나서는 시월을 배웅 해야 하리라. 시월의 마지막 밤이라고 괜스레 들석대는 문자며 발길들이 난만한 날, 총총 들어선 포장마차가 시린 목을 덥혀주겠다. 그사이 바람은 시리게 지나가도 불빛들은 조금씩 더 따스해지겠지. ㅡ (정수자 시조시인)ㅡ
숲속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 누군가를 또 만나고 싶다.
[ 떨림, 그 가을 ] ㅡ이민화 (1966~ ) 가을이 온다 아무도 가지않는 구부정한 산길을 따라 새들의 지저귐을 베어 물고 가을이 온다 막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단풍잎 사이사이에 가벼운 깃털을 꽂은 붉은 입자들이 자르르 나는 조용조용 아랫도리에 촉수를 세우며 단풍나무 젖꼭지를 매만진다 내 자궁 어딘가에서 작은 입술을 가진 이름 모를 야생화가 벙글벙글 웃는다 어디에서부터 젖어오는 떨림일까 끝없이 허공을 미끌어지듯 하강하며 꽃향기로 가득 찬 오솔길을 차지하는 거미들의 율동, 단풍나무가 풍경을 흔들 때마다 내 심장 속 붉은 빛을 뽑아 온 숲에 내다건다 거리의 틈을 금세 좁히는 찰라의 카메라처럼 잠시 꿈틀대는 떨리는 이미지를 모두 설렵하는 불법체류자 가을, 가을이 온다.
[ 評 ] 가을을 노래한 시가 수태와 분만의 은유로 그득하다니 특이하다. 보통은 봄노래가 그렇지 않은가? "가벼운 깃털을 꽂은 붉은 입자 들이 자르르" 나뭇잎에 쏟아지고 화자의 몸속 깊숙한 곳에 쏟아진다 조락과 생기가 황홀히 뒤얽혀 가을날 정취가 자를 전해지는 관능적인 詩다. <황인숙 -시인>
팔공산 수태골 부근 신작로 TO : 시월의 끝날입니다. 이제 모든게 움추리고 더 무겁고 추워도 지리라 생각을 해도, 그래도 하고픈 건 하나 더 해야 하는 모습을 우리 만들었음 참 좋겠습니다. 더 건강하십시요. 2014.10.31.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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