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지, 많지 않다
ㅡ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화천 산천어 축제장
정끝별의 시 읽기 一笑一老
많지, 많지 않다
ㅡ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 정현종
동리(東里)는 붓을 놓으시기 바로 전
ㅡ여행을 떠나기에도 사랑을 하기에도
책을 읽기에도 시간이 아깝다ㅡ 고
시<세월>을 내게 주셨는데
아까워서 다 쓰지 못한 시간
지금은 펑펑 쓰고 계실까 (중략)
많지, 많지 않다
꽃 보고 달 보고
강가나 숲길 어슬렁거리며
말도 되지 않는 말
글자로 적어내는 일도
이제 나를 떠났는데
ㅡ어디 사랑할 시간을?
어림도 없다.
ㅡ이근배(1940 ~ )
("시인수첩", 2017년 가을호)
☎ㅡ(전략)ㅡ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이불 속에서 뒹굴 거리는 자식들을 향해
"죽고나면 내내 잘 텐데, 해 아깝게 뭔 잠을 그리 자냐"고 버럭 했던 건 울
엄마 였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고 노래한 정현종 이전에
"여행을 떠나기에도 사랑을 하기에도 / 책을 읽기에도 시간이 아깝다"고
노래했던 김동리가 있었다. 그리고 여기, 그 노래들에 의지해 사랑이나
여행은 말할 것도 없고 " 내게 하마던 것들 / 알지 못하게 저질러 놓은 /
허물이며 치러야 할 몸값들" 을 " 벗고 갚을 " 시간도 많지 않고, 시 쓰던
버릇도 떠나 보내고 내가 나를 떠날 시간도 많지 않다고 노래하는 시인이
있다.늙을수록 죽음에 다가갈수록"많지 않은"것 중 제일은 시간인가보다.
ㅡ정끝별 시인 이화여대 교수
2018.1.29. <월>조선일보 오피니언 게재 全文내용임
거문도 선착장에서 (2017.늦가을 복이녀석과 함께한 여행 中)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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