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목련이 피는 이유]
ㅡ최서진 ㅡ
어둠이 지나가는 사이
꼭 그 사이만큼 그늘을 밀어낸다
허기 같은 빗물자국
달빛의 무늬를 안에 새겨 넣으며
하얀 바람의 문장으로
홀로,뜨거워진다
왜냐하면
바람의 이마 사이로
별과 달과 눈을 맞추는 밤이 흐르고
팔배개를 해주는 봄맞이 오기 때문이다.
ㅡ최서진 : 충남 보령 출생 2000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아몬드나무는 아몬드가 되고 [문학박사 한양대 출강]
꽃이 필 때
목련은 몸살을 앓는다
기침할 때마다
가지 끝 입 부르튼 꽃봉오리
팍팍, 터진다
떨림이 없었다면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떨림이 마음을 흔들지 못할 때,
한 시절 서로 끌어안고 살던 꽃잎들
시든 사랑 앞에서
툭, 툭, 나락으로 떨어진다
피고 지는 꽃들이
하얗게 몸살을 앓는 봄밤,
목련의 등에 살며시 귀를 대면
아픈 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 박후기作 <꽃기침>중에서
■ 목련은 너무 화사하게 피었다가 순식간에 허무하게 지는 꽃이다. 피는 모습과
지는 모습이 너무나 극적인 꽃이 목련이다. 사실 꽃나무 처지에서 보면 꽃이
핀다는 건 아픔을 동반하는 일일 것이다. 수없이 많은 도전과 망설임 끝에 한
송이 꽃이 피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렇게 어렵게 핀 꽃이 "툭 툭" 떨어지니 그
허망함은 말해 무엇할까.그래서 시인은 "목련의 등에 살며시 귀를 대면 / 아픈
기침소리가 들려온다"는 절창을 만들어낸다. 며칠 전부터 여기저기 목련이 꽃
을 피우기 시작했다. 반갑고 또 한편으로는 아프다. 얼마 안 있어 장열하게 지
고 말겠지만 그럼에도 목련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래, 피어났으니 지는 날도 있어야지...다 봄날에 벌어지는 일인 걸 어찌하랴.
2014.3.31. 매일경제 오피니언 <시가 있는 월요일> 게재 [허연 문화부장(시인)]
봄이라고 해서 사실은
새로 난 것 한 가지도 없다
어디인가 깊고 먼 곳을 다녀온
모두가 낯익은 작년 것들이다
우리가 날마다 작고 슬픈 밥솥에다
쌀을 씻어 헹구고 있는 사이
보아라, 죽어서 땅에 떨어진
저 가느다란 꽃잎에
푸르고 생생한 기적이 돌아왔다
창백한 고목나무에도
일제히 눈펄 같은 목련꽃들이 피었다
누구의 손이 쓰다듬었을까
어디를 다녀와야 다시 봄이 될까
나도 그곳에 한 번 다녀오고 싶다
ㅡ 문정희 시인 < 아름다운 꽃 > 全文 ㅡ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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