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월
[ 다시 이월 ]
젖도 덜 뗀 어린 것이 아우를 보았던가
이월 숲 아랫 도리는 여전히 가칠 해도
보란 듯 우듬지 쪽은 핏물이 하마 돈다
꽃샘이 뒤미처 와 눈을 자꾸 흘기더니
날日 수도 늘 모자라 무녀리만 같은 너를
자투리 천 조각 이어 감칠질로 안고 간다
ㅡ이승은 시집 "넬라 판타지아(2014) 중 [ 다시 이월 ]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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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은(1958 ~ )시인이 부르는 이월의 마디는 환한 적막 속 어녹은 눈처럼 온다.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는"환상 속에서"로 번역되며, 1986년 발표된 영화
'The Mission' 의 주제곡인 '가브리엘 오보에' 이탈리아 가사를 붙여서 부른 노래다.
뜻밖의 새하얀 늦눈을 만나는 이월은 짧게 교차하는 '배웅과 마중' 의 환상적인 간이
구간이 아닐까.1979년 문공부 주최 전국민족시대회에서 약관의 나이로 우리 곁에 온
시인은 "하마 도는 핏물"의 생경한 언어처럼 와서는 "다시 이월" 이라고 했다. 이미
시인은 앞선 시집 "환한 적막"에서 '2월' 을 선창하며 [ "늘 못다 떼고 덮어버린 국정
교과서 같은 2월 / 어쩡쩡한 학기 말"의 모국어를 건너왔기에, 이즈음 다시 궁금한
그녀의 "젖니의 시간, 뜯고 싶은 봉함 편지"]를 기어이 뜯어 보려는 것이다. 겨울을
고이 보내며 다가오는 봄을 새 몸, 새 마음으로 맞는 정결한 의식과도 같다. 어느새
햇살을 입은 생명들이 번지듯 오고 있다.
" 이월 숲 아랫도리는 여전히 까칠해도, 우듬지 쪽은 핏물이 하마 돈다 ". ㅡ이희정 시인
ㅡ2023.2.20.경북 매일신문 오피니언 [ 이희정의 월요일은 詩처럼] 중 에 실린 詩
2023.2.23. 동촌 유원지 cafe 에서
.
[ 2 월 ]
"벌써" 라는 말이
2월 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 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벌써" 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ㅡ 오세영 詩人의 [ 2 월 ]ㅡ 전문
2023.2.3. 안심 금호강 일출 풍경
2023.2.28. 편집 :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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