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글 · 詩 들

좋은 글 & 시

by 하기* 2024. 12. 15.

 

 

좋은 글 & 시

 

 

여행은 우정을 돈독하게 만든다.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같이 보고, 맛보고.

느낀 추억은 만날 때마다 이야기를 이어주는 것이다.

몇 시간, 몇 칠 쯤을 달려 가는 내내 설렘이 있잖은가.

                                                    2024.12.15. [하기]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보면
무엇이 아름다운 건지는 알 것 같다

그 아름다움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 햇살이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건 알겠다.

*ㅡ황성희 "태양 아래의 성찰" (시집 "너에게 너를 돌려주는 이유")

 

 

 

[ 할매의 겨울] * 김흥기

영화 두 개 보는데 육백 원 하는
서울특별시 마포구 대흥극장 동시 상영관
칼 싸움하는 영화 간판 밑에
쥐포 파는 할매

백 원도 비싸 반으로 나누어 파는데
연탄불 위에 구워지는 쥐포 반쪽은
자꾸만 작아지고 또 작아지고
아이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다

찬바람 부는 요술 사과 궤짝 위에
쥐포 열 서너 마리
그것으로 할매는 이 추운 겨울의
서울특별시를 살아간다.

............................
이젠 옛날 얘기가 되었지만, 동시상영관이라는 것이 있었다.

입장료가 600원 하던 때면 상당히 오래전일 터, 하나 동시상영관

주위엔 언제나 아이에게 "쥐포 파는 할매"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지금도 "쥐포 열서너 마리"를 전 재산 삼아 

"이 추운 겨울의 / 서울특별시를 살아" 가고 있는 "할매"의 모습을

뒷골목에서 발견할 수 있겠다. 나이 들어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 삶의 모습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 것.

 

ㅡ [ 評 ]이상혁 문학평론가 

[2024.11.22.경북매일신문 이상혁의 열린 詩세상] 중에서 옮겨적음

 

 

 

[ 아주 소박한 다짐 ] * ㅡ조경선

백 년 된 국밥집
벽에 걸린 문구 하나

구십구 세 이상만
흡연이 가능함

나는 꼭
이 집에 와서
담배를 피워야겠다.

ㅡ조경선 = 경기 고양 출생. 201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등단. 김만중문학상 신인상.수상.
정음시조문학상 수상. 시집[목련] [어때요 이런고요]

굴뚝에 연기 피어오르고 밥이 끓는 냄새가 나는 노포에
가고 싶은 계절이다.밖에서 일을 하거나 급히 한술 뜨고
가야 할 사람들이 문턱 낮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국밥집.
시인은 국밥집에 들어 허기를 채우고 잠시 숨 돌리다 벽에
걸린 문구를 보았나 보다."담배 피우지 마라"는 것을 직접
말하지 않고 넌지시 문구를 걸어 놓은 것은 건강을 생각하
라는 국밥집 주인의 깊은 뜻이지 싶다.담배를 피우려는 손님의
불만을 잠재우며 웃음 짓게 만드는 주인의 재치와 지혜로운
문구를 닊아챈 신인의 안목이 예사롭지 않다."구십구세 이상만/
흡연이 가능" 하다는 국밥집 주인은 백 년의 전통을 보여주듯
반쯤 남은 뚝배기에 뜨거운 국물을 더 채워 줄 푸근한 인상을
가진 분이라 여겨진다.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인간적인 소망을
노래한, 시인의 "아주 소박한 다짐"이 초가을 나지막이 핀
들국처럼 읽힌다 ㅡ시조시인 이태순 評

 

 

대구에 있는 K 대학 교정에 아름다운

메타쉐퀘이아 길이다. 늦가을 풍경이 좋았다.

2024.12.15 편집 [하기] 

 

'좋은글 · 詩 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인생도 - - -  (13) 2024.11.22
감을 따 내리며  (7) 2024.10.29
그리움 & 역사 (歷史)  (7) 2024.10.23
그렇게 여름은 간다  (15) 2024.09.22
9월이 시작 되었습니다  (21) 2024.09.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