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도- - -천천히 물드는 계절처럼
[우리 인생도- - -천천히 물드는 계절처럼]
계절이 잊힌 듯 여름인가 싶던 날들이
계속됐다. 푸르기만 하던 나뭇잎 끝자락에
어느새 붉은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다.그제야
깨닫는다. 아, 가을이 왔구나.
한순간에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계절도 잎사귀 하나하나를 물들여 가며
완성된다. 이렇게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
마치 인생과 닮아 있는 듯하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모습을
찾아가는 나무처럼 우리도 그렇게 자신만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길을 걸어가면 참,좋겠다.
ㅡ문화일보 [포토에세이] 박윤슬 기자
[ 조용한 일]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
린다
그냥 있어볼 길 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ㅡ 김사인 "조용한 일" 전문
☎ 어떤 예감 처럼 단풍은 온다. 잠시 말없이
걷다 만나는 낙엽은 꽤 신중을 기한 듯이 우리에게로
온다. 소멸하는 것들이 소멸하는 자들에게 와서 톡톡
어깨를 두드리는 풍경을 보노라면 그것은 마치 온
우주의 고요한 노크처럼 들린다. 저 한 번의 조우를
위해, 태양은 조도를 낮춰가며 나무 한 그루를 잘 기
르고 익혀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격려일까, 혹은
축복일까,아니면 회한의 깨우침 일까. 모든 세계가
한 해의 기억으로 물들어 간다, 세계가 익어간다.
ㅡ 매일경제 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 기자(시인)
[ 가을 ]
먼 산이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
사물의 명암과 윤곽이
더욱 또렷해진다.
가을이다.
아, 내 삶이 맞는
또 한 번의 가을!
허나 더욱 성글어지는 내 머리칼
더욱 엷어지는 내 그림자
해가 많이 짧아 졌다.
ㅡ 김종길 ( 1926~2017 )
2024.11.22. 편집 :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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