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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詩 들

해 후

by 하기* 2008. 11. 8.

 

 

  해 후

                          ㅡ 신필영 ㅡ

북한산이 어떠냐는 고향친구 불러와서

모닥불 가을이 남은 우이령 길 함께 갔다

엇갈려 타관인 날들 구김살을 펴가면서.

두다 만 바둑판 헛집도 같은 쓸쓸함을

잔술로나 씻어보는 객기는 아직 맞수,

우리는 해묵은 가양주 그 빛으로 익고 있었다.

 

 

시조 評     

‘人間(인간)’은 ‘사람(人)’이면서 ‘사람이 사는 세상’입니다. ‘

사람 사이’의 그 ‘사이’에서 나 아닌 우리의 개념이 싹틉니다.

부부 사이/친구 사이/나라 사이에서 보듯 사이가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가 크고 작은 사회를 이루어갑니다.

한 뉘를 건너는 동안 사람들은 숱한 사이와 사이에 겹습니다.

엇갈린 타관에서 모처럼 만나는 옛벗. 온 산을 태우던 불길도 모닥불로 사위거늘,

북한산이면 어떻고 우이령이면 어떻습니까. 그저 마주 앉아 잔술이나 나누면 그만인 것을.

사람살이에서 생긴 구김살도 객기도 그 잔술로 씻어봅니다.

바둑판의 헛집 같은 쓸쓸함도 웬만큼은 가시겠지요. 사람 냄새 물씬한,

그러면서 마름질 잘된 언어의 피륙이 사소하다면 사소한 개인사를 실감나는

감동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묵은 술과 벗, 그리고 시.       시조시인  박기섭

 

                            ㅡ2008.11.06. 매일신문    (박기섭의 목요시조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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