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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詩 들

두 개의 꽃나무

by 하기* 2008. 12. 31.

 

 

두 개의 꽃나무

                                                            이 성 복

 

당신의 정원에 두 개의 꽃나무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잎이 예뻤고 다른 하나는 가지가 탐스러웠습니다

당신은 두 개의 꽃나무 앞에서 서성거리는 나를 보고

그 중 하나는 가져가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두 개의 꽃나무 다 갖고 싶었습니다 하나는 뜰에

심고 다른 하나는 문 앞에 두고 싶었습니다

내 다 가져가면 당신의 정원이 헐벗을 줄 알면서도,

허전한 당신 병드실 줄을 알면서도……

당신의 정원에 두 개의, 꽃나무가 있었습니다 두 개의

꽃나무 사이, 당신은 쓸쓸히 웃고만 계셨습니다

 

 

  

 

시 평

당신 앞에서 나는 언제나 철부지입니다. 꼭지가 떨어져라 젖 빨면서도 다른 쪽을 움켜쥐는

젖먹이처럼 나는 늘 철부지입니다. 퍼내도 퍼내도 줄어들지 않을 강물이라 생각했지요.

어느 한때는 무한정 펼쳐져 있는 내일 때문에 한숨을 쉬기도 했지요.하지만 당신도 늙었고

저도 이제 젊지 않습니다. 날 저물어 어두워져 가는 강물 앞에 당신과 나는 “두 개의 꽃나무”입니다.

이 꽃나무 위에 하도 아까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시인의 다른 시 한 편을 걸쳐봅니다.

 

“우리가 헤어진 지 오랜 후에도 내 입술은 당신의 입술을 잊지 않겠지요 오랜 세월 귀먹고 눈멀어도

내 입술은 당신의 입술을 알아보겠지요 입술은 그리워하기에 벌어져 있습니다

그리움이 끝날 때까지 닫히지 않습니다 내 그리움이 크면 당신의 입술이 열리고 당신의 그리움이

크면 내 입술이 열립니다 우리 입술은 동시에 피고 지는 두개의 꽃나무 같습니다”

                                                                       이성복 [입술]

                            2008.12.31 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함께] 中         

                                                                            장 옥 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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