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가을 입니다
팔공산 갓바위 오르는 길을 [남이]쌤님과 함께 앞으로 올랐다. 이상하리 만큼 숨이 턱 밑에까지 차 오르곤 했다. 그렇게 한 시간여를 가쁜 숨을 고르며 올랐다. 오늘은 참 많은 知人들을 만났다 요즘 지친 일상을 풀 수 있는 산행이 이어지고 있다.다음은 가야산을 가려고 한다.맑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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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소원] ㅡ안도현 (1961 ~ )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런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빛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 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 評 ] 소란을 잃고 의문을 버리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지와 논변에서 벗어나 가까운 자연의 빛에젖어 보는 것. 욕망의 끈질긴 촉수들은 스톱시켜야지. 다음엔 또 자연의 샤워에 몸을 맡겼다가 인간으로 돌아와서는 깨끗이 울어봐야지. 그러 다간 죽어도 좋겠다는 것.죽고싶다는 건 아니고 - - -.마침내는,병들어 시름시름 하는 가을이, 그토록 살찐 초록을 단숨에 쓰러 뜨렸는데도 아무런 항변이 없어지 는 것. 그런데 가을엔 왜 자구 기도하고 싶어질까. 긴긴 겨울이 쳐들어오고 있어 서겠지. <이영광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옮김
이렇게 둘이서 산을 찾아 올랐다.
[설 수 있는 까닭 ] ㅡ 이옥진 멀대 같은 대나무가 설 수 있는 까닭은 곧아서도 단단해서도 그건 절대 아니다 뿌리들 땅속의 인연 놓지 않기 때문이다
알곡 여문 벼가 설 수 있는 까닭은 알차서도 결곡져서도 절대로 아니다 한 포기 함께해 온 어깨 서로 겯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너와 내가 서 있을 수 있음은 힘, 능력 그 무엇 때문도 결코 아닐 것이다 때때로 서로 위해 흘린 눈물 그것 때문 아닐까.
그리고 정상에서 아무런 약속도 없었는데 우리는 이렇게 반갑게 만났다. 함께 숲해설하던 쌤들이...
[ 떨림, 그 가을 ] ㅡ이민화 (1966~ ) 가을이 온다 아무도 가지않는 구부정한 산길을 따라 새들의 지저귐을 베어 물고 가을이 온다 막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단풍잎 사이사이에 가벼운 깃털을 꽂은 붉은 입자들이 자르르 나는 조용조용 아랫도리에 촉수를 세우며 단풍나무 젖꼭지를 매만진다 내 자궁 어딘가에서 작은 입술을 가진 이름 모를 야생화가 벙글벙글 웃는다 어디에서부터 젖어오는 떨림일까 끝없이 허공을 미끌어지듯 하강하며 꽃향기로 가득 찬 오솔길을 차지하는 거미들의 율동, 단풍나무가 풍경을 흔들 때마다 내 심장 속 붉은 빛을 뽑아 온 숲에 내다건다 거리의 틈을 금세 좁히는 찰라의 카메라처럼 잠시 꿈틀대는 떨리는 이미지를 모두 설렵하는 불법체류자 가을, 가을이 온다.
[ 評 ] 가을을 노래한 시가 수태와 분만의 은유로 그득하다니 특이하다. 보통은 봄노래가 그렇지 않은가? "가벼운 깃털을 꽂은 붉은 입자 들이 자르르" 나뭇잎에 쏟아지고 화자의 몸속 깊숙한 곳에 쏟아진다 조락과 생기가 황홀히 뒤얽혀 가을날 정취가 자를 전해지는 관능적인 詩다. <황인숙 -시인>
아주 가끔은 산에 오르다 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웃음도 얻는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가 보다. 초상권 침해라고 함께 산을 오른[남이]쌤은 나에게 핀찬을 준다.내 벌을 받는다 해도 올렸다
갓바위 산을 올라온 사람들은 너도 나도 손을 얹고 손을 뫃으고 소원을 빈다
해발 850m의 팔공산 관봉정상에 거대한 돌을 깍아 만든 석불 좌상으로 머리위에 평평한 바위가 올려져 있다고 해서 [갓바위]로 더 유명하다.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면 한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 진다하여 입시철과 매달 초순이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로 붐빈다,
저마다 비는 소원은 달라도 그 정성은 같아 보였다.
이곳은 불교 신자만이 올라오지 않는다. 분명히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저렇게 올라와 소원을 빌고 체력을 만들고 있었다.
갓바위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 1 )
갓바위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 2 )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이 앵글 속으로 그림자를 보내 주었다.
갓바위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 3 )
자기만의 색깔을 내며 뽐내고 있는 저 잎들도 이제 좀더 있으면 떨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 감 나무 ]
참 늙어 보인다 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 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멈칫멈칫 구불구불 태양에 대한 치열한 사유에 온몸이 부르터 늙수그레하나 열매는 애초부터 단단하다 떫다 풋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 다짐 독하게, 꽃을, 땡감을, 떨구며 지나는 바람에 허튼 말 내지 않고 아니다 싶은 가지는 툭 분질러 버린다 단호한 결단으로 가지를 다스려 영혼이 가벼운 새들마저 둥지를 틀지 못하고 앉아 깃을 쪼며 미련 떨치는 법을 배운다 보라 가을 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 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그뿐 눈바람 치면 다시 알몸으로 죽어 버린 듯 묵묵부답 동안거에 드는.
ㅡ 함민복 시인의 [감 나무]全文
[가을 포도밭] ㅡ 김기연ㅡ 이젠, 다 주었구나
황갈색 늑골 듬 - 성 - 듬 - 성 남은 늦포도
아름다운 주검으로 매달렸구나
핏빛 그리움 캄캄히 저무는구나.
[ 評 ] 수확하고 난 과수처럼 쓸쓸한 게 또 있을까. 신열 앓던 봄 여름지나, 불볕 땡볕 견디어 맺은 결실을 다 내어주고 캄캄히 저무는 가을 나무... 꼭지만 남은 감나무의 가지는 몸 비듬 더께 앉은 노인의 여윈 팔다리 닮았다. < 장옥관의 시와 함께> ㅡ 장옥관 시인 ㅡ
산그늘 내려오고 창밖에 새가 울면 나는 파르르 속눈섭이 떨리고 두눈에 그대가 가득 고여 온답니다. 김용택의 ['속눈섭'全文]
<속눈섭>에서 그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이 인용되기도 하는 "우화등선"이 김용택시인의 그런 생각을 잘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ㅡ[신동호記者 言] .............................................
형, 나 지금 산벚꽃이 환장하고 미치게 피어나는 산 아래 서 있거든, 형 그런데, 저렇게 꽃피는 산 아래 앉아 밥 먹자고 하면 밥 먹고,놀자고 하면 놀고, 자자고 하면 자고, 핸드폰 꺼놓고 확 죽어버리자고 하면 같이 홀딱 벗고 죽어버릴 년 어디없을까. 김용택시인의["우화등선" 全文]
" 내 친구가 있어요. 어느 날 산벚꽃이 많이 핀 날이었거든요. 이 놈이 전화를 해서 ---- (웃음) 비슷하게 얘기를 한거죠. 이 시에서 중요한 건 핸드폰이에요. 복잡한 세상에서 얽히고설킨 것의 상징이 핸드폰이잖아요. 핸드폰으로부터 벗 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핸드폰 꺼놓고 어딘가 가 버리고 싶은 거예요.복잡한 생 각에서 탈출하고픈...... ㅡ[김용택詩人 얘기中에서] .................................................
"불투명하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긴장된 이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즉 순간을 모면하고 싶은데 가장 쉬운 게 섹스죠. 詩중에서 뭐 컴퓨터하고 씹을 하고 싶 다(최영미의 詩 퍼스널컴퓨터"에서)---사실은 무서운 말들이죠". ㅡ[김용택시인 얘기中에서]
젊은 어법으로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의 이런 연애詩가 절망과 방황 속에서 탄생 했다니 도무지 와 닿지 않는다. 꽃은 좋은 계절에만 피는 게 아니다.오히 려 악조건 속에서 더 아름답게 피는 게 자연의 이치라는 식으로--- [신동호 기자言] ㅡ주간경향 신동호記者가 만난사람 김용택시인과 나눈 대화中에서
2012.10. 31. 하기 옮겨적다
처음엔 아무 약속도없이 흩어저 산을 올랐는데.....우연히 산 만댕이에서 우리가 만났을때 좋은 길이 있다며 안내하는[수교]쌤 따라서 흙길 밟으며 돌아 내려와 이렇게 우뚝 섰다.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2012.10.31.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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