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인공 호수가 있는 공원엘 나갔습니다,가을이 와 있었습니다.
노랗고 붉게 물든 풍경과 산책로를 거닐며 쉬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세상의 행복이란 별것일 것 같지만, 별것이 아니더군요. 얘기를 주고 받으며
정답게 가을 햇살을 받는 사람, 책읽으며 쉬는 사람, 자기 할 일을 하는 사람과
과일을 거두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걸어가며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겠지요.
그렇다. 길 위에선 그 어떤 관계도 굴레다. 자유는 뼈 시린 외로움 속에 있다. 혼자 가면 무섭다고? 그거야 ‘따로 또 같이’ 걸으면 그만이다.
나그네들끼리 울력걸음 하면 된다. 서로 보일 정도로 ‘저만치 혼자’ 가는 게 그것이다.
길은 다 똑같다. 논두렁길, 밭둑길, 고갯길, 둘레길, 올레길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스페인 산티아고 길이면 다인가.
‘내면의 소리니 뭐니’ 웬 눈물바람 호들갑인가. 기를 쓰고 도장 받아가며 ‘전 구간 완보’에 목맬 것도 없다. 그 쇠심줄 같은 집착이라니.
길 위에선 그저 놀면 된다. 노는 자가 으뜸이다.
어슬렁어슬렁 걸어본다. 슬슬 배회해본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해찰하며 걸어본다. 이 골목, 저 골목, 뒷짐 지고 걸어본다. 달팽이처럼
걸어본다. 지렁이처럼 엉금엉금 기듯이 걷는다. 노루처럼 겅중겅중 걷는다. ‘빠릿빠릿’ 진둥걸음 걷는다. 앙감질로 깽깽이걸음 걷는다.
햐아! 정말 좋다. 그 어떤 걸음새도 다 좋다. 아, 어린 가을 9월, 어딜 걸어도 참 좋다!
빠르고 높고 넓고 편한 길을 버리고
일부러 숲길 고갯길 강길 들길 옛길을 에둘러
아주 천천히 걷고 또 걸어서 그대에게 갑니다
잠시라도
산정의 바벨탑 같은 욕망을 내려놓고
백두대간 종주니 지리산 종주의 헉헉
앞사람 발뒤꿈치만 보이는 길 잠시 버리고
어머니 시집 올 때 울며 넘던 시오리 고갯길
장보러 간 아버지 술에 취해 휘청거리던 숲길
…
그 잊혀진 길들을 걷고 걸어 그대에게 갑니다’
―이원규 시인의 [지리산둘레길]中에서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레저전문기자 mars@donga.com
어느 시인은 억새를 보며
[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녁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 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
하며 진정한 사랑을 떠올렸다. 깊어가는 이 가을. 잠시나마 추풍(秋風)에 너울대는 억새 물결에 빠져들고 싶어진다.
[가 을]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 들길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 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 소리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녘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ㅡ김용택 시인이 우리 모두에게 추천하는 시 ㅡ
오메!! 단풍 들었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꽃이 피었다. 햇빛이 머물던 자리에 열매가 맺었다.
그러니 바람 한 줌이 햇빛 한 자락이 지나간 세월이 부질없는 것만은 아니다. ㅡ최갑수ㅡ
잘 익은 홍시를 땁니다.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때가 되면 나무는 스스로 잎새를 떨어 뜨린다. 그게 낙엽이다.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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