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삶을 관통하는 날선 질문이 바로 시(詩)다]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고 말한다.마음에 드는 시집을 골라 친구와 연인에게
선물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를 읽는다는 건 어색한 일이 되고
말았다. 팍팍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아프고 쓰린 마음을 시에서 위로받을
법도 한데 시는 오히려 점점 일상과 멀어졌다. 시를 읽어도 삶은 흘러가고
읽지않아도 삶은 돌아간다. 그런데도 시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시인은 살아
있다.시는 무엇이고, 시인은 왜 사는가,문학의 계절 가을 을 앞두고[문정희]
시인을 만났다.
[먼길]
ㅡ문정희 ㅡ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 운명의 길을 묵묵하게 가는 모습을 노래한 [문정희]시인의
[먼길]은 여성 법조인이었던 전수안 전 대법관이 취임사로
쓸 만큼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
해외에서 주목한 시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유방]이다,
[유방]
ㅡ 문정희
윗옷 모두 벗기운 채
맨살로 차거운 기계를 끌어안는다
찌그러드는 유두 속으로
공포가 독한 에테르 냄새로 파고든다
패잔병처럼 두 팔을 들고
맑은 달 속의 흑점을 찾아
유방암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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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살로 차거운 기계를 안고 서서
이 유방이 나의 것임을 뼈져리게 느낀다
맑은 달 속의 흑점을 찾아
축 늘어진 슬픈 유방을 촬영하며...
*유방암 사진을 찍으면서 비로서 여자의 몸임을 확인하는 순간을 실감나게
표현한 이 시는[여성의 언어로 여성을 표현한 최고의 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 ㅡ 2015.9.[YONHAP imazine] 김주형 기자 |
문정희 시인은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1969년 월간문학에서 [불면][하늘]로 신인상 당선
고려대 문창과 교수 역임. 현 동국대 석좌교수
현 한국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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