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하루 종일 내리다 저녁무렵 짐시 주춤했습니다.
길가에 씀바귀잎에 빗물이 흐드러지게 고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2022.7,19. 하기
씀바귀 잎에 영롱한 빗물이... photo by 하기
[ 흐드러지다 ]
긴 밤
그 거친 비 바람에도
꽃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도리어 화사하다
아직 때가 안 되어서란다
수분<受粉>이 안 된 꽃은
젖 먹은 힘을 다해
그러니까 죽을 힘을 다해
악착같이 가지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러나 으스러질 듯 나를 껴안고 있던 그대 팔이
잠들면서 맥없이 풀어지듯
때가 되면
저 거만한 꽃잎도 시나브로 가지를 떠난단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눈꺼풀 스르르 내려앉는 그 천만근의 힘으로
때가 되어 떠나는 일 그러하듯
때가 되어 꽃피는 힘 그 또한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때가 되어
그대 앞에 만판 흐드러진
내 마흔 봄날도 분명 그러했을 터.
☎ㅡ 박이화 / 본명 기향<己香> . 1960. 경북의성 출생.
대구카톨릭대학교 국문과 졸업, 1998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흐드러지다><그리운 연어>등이 있다.
으랏차차....힘껏 던졌는데 확 펴지지 않았으니... photo by 완도
2022.7.19. 편집 :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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