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 詩 들394 가을 일기 가을 일기 ㅡ 이 구 락 ㅡ 햇살은 낮은 목소리로, 바람은 따뜻한 걸음으로 하오의 언덕 넘어 왔다. 먼 데 사람 생각나는 초가을, 잘 익어가는 잡목숲 속 조그만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키큰상수리 나무사이 생각에 잠긴 새털구름 바라보고 파이프를 두번이나 청소하고 앉은채 바지단추 열고 오줌도 .. 2008. 11. 19. 가을 지금 떠나려는가 늦가을 짧은 비손님, 그냥 가지 않고 어김없이 찬바람을 데려옵니다. 바람과 함께 찾아온 요즘 하늘은 한 점 잡티도 없는, 푸르고 맑은 최고 미인이죠. 고개 들어 넋이 빠져라 쳐다볼라치면 쌩 하는 찬기가 죽비처럼 사납게 얼굴을 때립니다.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리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습니다. 단풍.. 2008. 11. 17. 해 후 해 후 ㅡ 신필영 ㅡ 북한산이 어떠냐는 고향친구 불러와서 모닥불 가을이 남은 우이령 길 함께 갔다 엇갈려 타관인 날들 구김살을 펴가면서. 두다 만 바둑판 헛집도 같은 쓸쓸함을 잔술로나 씻어보는 객기는 아직 맞수, 우리는 해묵은 가양주 그 빛으로 익고 있었다. 시조 評 ‘人間(인간).. 2008. 11. 8. 장옥관의 시와 함께 ㅡ 행복 ㅡ 김종삼 행 복 ㅡ 김종삼 ㅡ 오늘은 용돈이 든든하다 낡은 신발이나마 닦아 신자 헌 옷이나마 다려 입자 털어 입자 산책을 하자 북한산성행 버스를 타보자 안양행도 타 보자 나는 행복하다 혼자가 더 행복하다 이 세상이 고맙다 예쁘다 긴 능선 너머 중첩된 저 산더미 산더미 너머 끝없이 펼쳐지는 멘델스존의 .. 2008. 10. 30. 기 억 기 억 김규성 벌초하러 가는 길 문득 어릴 적 홧김에 길가의 돌멩이 하나, 주인도 모르는 밭에 무심코 차 넣은 생각이 났다 나는 부리나케 차를 멈추고 흉가처럼 버려진 자갈밭의 무겁고 날카로운 돌 두 개, 양손에 들고 길로 나왔다 하늘은 푸르고 들판은 조용했다 ㅡ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함께] ㅡ .. 2008. 9. 17. 아버지 마음 아버지의 마음 어느 일간지에 기고한 분의 글입니다.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구중학을 다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 2008. 9. 15. [스크랩] 어머니, 우리들 다 모였어요/전상열 어머니, 우리들 다 모였어요 -참회의 글- 큰아들 전상열 어머니, 우리들 다 모였어요. 기운 좀 차리고 우리를 굽어보세요. 어머니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아들딸과 며느리와 사위, 손자와 손녀… 저들의 해바라기처럼 동그란 얼굴들이 보이시나요. 우리들 얼굴이 누굴 닮아 동그란지 아세요. 물론 어머.. 2008. 9. 12. [스크랩] 구월이오면 (안도현) 구월이오면 안도현 구월이 오면 구월에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듯 한번더 몸을 뒤적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옭기는것을 그때 강뚝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는 미는 손수레가 .. 2008. 9. 6. [스크랩] 9월에 관한 시 9월에 관한 시 가을 편지 ㅡ나호열 구월의 시 ㅡ 함 형수 구월 ㅡ 이외수. 헷세 구월의 이틀 ㅡ 류 시화 9월이 오면 ㅡ 안도현 가을편지2 9월 바닷가에 퍼 놓은 나의 이름이 파도에 쓸려 지워지는 동안 9월 아무도 모르게 산에서도 낙엽이 진다 잊혀진 얼굴 잊혀진 얼굴 한아름 터지게 가슴에 안고 9월 밀.. 2008. 9. 6. 장옥관 의 시와 함께 / ㅡ 벽조목 도장 ㅡ 벽조목 도장 최정란 울컥, 뜨거운 것이 성큼 젖은 목숨을 건너간다 눈썹이 새파란 대추나무 손을 내밀어 우레의 심장을 낚아챈다 죽음보다 질긴 약속 음각으로 뿌리 내린다 벼락을 품은 붉은 이름 하나 --> 하늘에 또렷이 찍힌다 시 평 눈썹이 새파란 스무 살 시절엔 천둥 같은 사랑을 하고 싶었다. 벼.. 2008. 8. 27. 저기 저 달 속에 저기 저 달 속에 박명숙 마을에 보름달이 막사발만하게 떠오르면 인중 길고 눈두덩 꺼진 냇가의 고목들은 흉흉한 전설 속으로 날숨을 내뿜는다. 길 잃은 계수나무 초가삼간 떠돌고 달무리 숨죽이며 물굽이 치는 여름 밤 바람도 대숲 가득히 어둠을 기어오른다. 한 종지 밀기름으로 푸른 심지 꿈틀대는.. 2008. 8. 21. 친절한 독촉 ㅡ권선희 ㅡ 친절한 독촉 권선희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주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에 오늘은 아파뜨 관리비 마감 날입니다. 여러분들이 막바로 농협에 가가 내야 하지마는 바쁘신 양반들은 뭐시 오늘 오전 중으로 여그 관리실에다가 갖다주므는 지가 대신 내 줄라카이 일로다 갖다주시믄 고맙겠니더... 2008. 8. 5. 현대시 100년 위안의 詩 ㅡ 한 잎의 여자 ㅡ 이 시는 혼자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수있는 시입니다.가만히 들여다보면 가만히 좋아지는 시 입니다. 연못이나 벤치에앉아 바람에날리는 물푸레나무 이파리를 오래 들여다본 사람은얼마나 이 시가 가늘가늘한 떨림을 가지고 있는지, 아슴아슴한 슬픔으로 고여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 .. 2008. 8. 2.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오세영 (詩人) 8 월은, 오르는 길을 잠시 멈추고 산등성 마루턱에 앉아 하번쯤 온 길을 뒤돌아 보게 만드는 달이다. 발아래 까마득히 도시가, 도시엔 인간이, 인간에겐 삶과 죽음이 있을 터인데 보이는 것은 다만 파아란 대지, 하늘을 향해 굽이도는 강과 꿈구는 들이 있을 .. 2008. 8. 1. 현대시 100년 '위안 의 詩' 목 포 항 김선우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막배 떠난 항구의 스산함 때문이 아니라 대기실에 쪼그려 앉은 노파의 복숭아 때문에 진무르고 다친것들이 안쓰러워 애써 빛깔 좋은 과육을 고르다가 내 몸속의 상처 덧날 때가 있다 먼곳을 돌아온 열매여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어서 아직 푸른 생애의 안.. 2008. 7. 31. [스크랩] 꽃과의 사랑법 17 꽃과의 사랑법 17 리버/전상열 사랑은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사랑은 먼저 다가섭니다. 그대가 풀꽃에게 다가서면 무희의 부드러움으로 향기를 앞세우고 그대를 무지개인 듯 마중 나오는 것이 사랑입니다. 먼저 다가서십시오. 사랑은 다가서면 다가옵니다. 2008. 7. 27. 장옥관의 시와 함께 / 수국 -젖가슴- 수국 ㅡ 젖가슴 ㅡ 권혁웅 귀신사 (歸信寺)* 한구석에 잘 빨아, 널린 수국(水菊)들 B컵이거나 C컵이다 오종종한 꽃잎이 제법인 레이스 문양이다 저 많은 가슴들을 벗어 놓고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묻지 마라 개울에 얼비쳐 흐르는 꽃잎들을 어떻게 다 뜯어냈는 지는 헤아지 마라 믿음은 절로 가고 몸은 .. 2008. 7. 22. [스크랩] 멸치 - 최나훈 난, 횟집 수족관의 물고기를 다 먹어 치 울 수 있다 거대한 식성에 횟집 주인 놀랄까 봐 수산시장을 찾지 않는다 아침 식사 때, 난, 바닷물고기 수백마리를 잡아 먹었다 위장에서 꿈틀꿈틀 비릿한 유영을 하는 수백마리 물고기에게, 아직도 위장은 공복의 여백을 남긴다 하여, 수산시장을 찾지 않는다 .. 2008. 7. 11. 이전 1 ··· 17 18 19 20 21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