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 詩 들394 오 월은 오 월은 시인 김사행 오월은 헐벗은 나무들을 초록빛으로 새 옷 입힌다. 파릇파릇한 잔디를 깔아 신방을 마련하고 붉고 희고 노란 색색의 꽃들로 곱고 향기로운 신방을 꾸민다. 나비와 꿀벌과 새들을 초대하고 다정한 연인들을 위해 나무 그늘속에 바위의자도 마련한다. 짓궃은 아이들이 몰려와 푸른 .. 2009. 5. 31. 독자가 쓰는 아침편지 매주 토요일엔 독자가 쓴 아침편지를 배달해드립니다. 오늘은 정혜현님께서 보내주신 아침편지입니다. 손을 놓아줘라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도 그가 떠나기를 원하면 손을 놓아주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을 받아들여. 돌아오지 않으면 그건 처음부터 너의 것이 아니었다고 .. 2009. 4. 11. 쌍말 속담 벽돌 전문가 송재선 옹(82세)이 시골사랑방 술자리에서 50여년간 수집한 욕설 속 에 웃 음 담긴재미있는 "상말 속담" ★ 가시나 못된 것이 과부 중매선다. - 처녀가 해서는 안될 일을 하면 남에게 욕을 먹게 돤다는 뜻. ★ 가지 밭에 자빠진 과부다. - 복이 있는 사람은 불행한 일로도 오히려 .. 2009. 3. 15. 2 월 2 월 "벌써" 라는 말이 2월 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 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 하려다 말고 돌.. 2009. 2. 26. [스크랩] 폭설-오탁번 . 2009. 1. 30. [스크랩] 오탁번 굴비 外 굴비 -오탁번-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 2009. 1. 15. [동아광장 / 김제동 ] 山 타러 간다고요? 산등에 업히러 갑니다 [동아광장 / 김제동] 산 타러간다고요? 산등에 업히러 갑니다 저는 지금 산을 오르는 중입니다. 예전 같으면 산을 타는 중이라고 했겠지만 이제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한 형님이 그러셨거든요. 산이 너보다 나이가 얼마나 많은데 감히 탄다는 말을 하느냐고. 할머니의 등에 .. 2009. 1. 10. 안단테 그라피 2008 중앙신인 문학상 안단테 그라피 김보람 자취생의 하루는 몇 그램 향기일까 편지 뜯듯 풋풋하게 바람과 마주하면 은은한 풍금소리가 메밀곷처럼 피곤했다. 홀로라는 말 속에는 현재형이 숨어있다 낡은 나무의자에 헐거워진 못들처럼 전설의 가시나무새,휘파람을 엿듣는다. 느리.. 2009. 1. 5. 2008 중앙시조대상 / 중앙신인 문학상 2008 중앙시조대상 완도를 가다 박현득 주루륵 면발처럼 작달비가 내린다 바람은 날을 세워 빗줄기를 자르고 지하방,몸을 일으켜 물빛냄새 맡는다 첫차 타고 눈 감으니 섬들이 꿈틀댄다 잠 덜깬 바다속으로 물김되어 가라앉아 저 너른 새벽 어장에 먹물풀어 편지쓴다 사철 내내 요란한 엔.. 2009. 1. 4. 두 개의 꽃나무 두 개의 꽃나무 이 성 복 당신의 정원에 두 개의 꽃나무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잎이 예뻤고 다른 하나는 가지가 탐스러웠습니다 당신은 두 개의 꽃나무 앞에서 서성거리는 나를 보고 그 중 하나는 가져가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두 개의 꽃나무 다 갖고 싶었습니다 하나는 뜰에 심고 다.. 2008. 12. 31. 나뭇가지 나뭇가지 곽해룡 새가 날아가자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새가 앉아서 울 때는 꿈적도 않더니 새가 떠나자 혼자서 오랫동안 흔들린다 시평 종일 겨울비 내렸던 엊그저께, 내 일터의 튤립나무 가지에 찌르레기 한 마리가 앉아 요란스레 울어댔다. 뼛속까지 시린 비를 고스란히 받아내던 잿빛 .. 2008. 12. 25. 강구 항 / 송수권 강구 항 송수권 상한 발목에 고통이 비듬처럼 쌓인다 키토산으로 저무는 십이월 강구항을 까부수며 너를 불러 한잔 하고 싶었다 댓가지처럼 치렁한 열 개의 발가락 모조리 잘라 놓고 딱, 딱, 집집마다 망치 속에 떠오른 불빛 게장국에 코를 박으면 강구항에 눈이 설친다 게발을 때릴수록 밤은 깊고 막.. 2008. 12. 18. [장옥관의 시와함께] 아내들 -육봉수 아내 들 ㅡ 육봉수 ㅡ 직각으로 완강하던 어깨 반쯤 무너진 채 상경 투쟁 마치고 돌아와 열없이 두살배기 아들 어르고 있는 그이의 무릎 앞 관리비 고지서 모르는 척 들이민 날 밤엔 등 돌리고 누워 잠들기 십상입니다 일 년하고도 석 달을 넘긴 날들 눈앞의 돈 몇 푼보다는 노동자로서의 내 자존심 먼.. 2008. 12. 10. 오늘의날씨 전국 꽁꽁. 돌을 던지면 “쩡∼쩡∼” 놋 주발 소리 내는 얼음판. 손에 쩍쩍 달라붙는 문고리. 술꾼 머리맡, 땡땡 얼어붙은 자리끼. 오대산 상원사 대웅전 처마, 삐죽삐죽 드리운 죽창 고드름. 지리산 함양벽송사, 칼바람 맞으며 서있는 우뚝우뚝 천년소나무. 덕유산 향적봉, 눈덩이 훌훌 .. 2008. 12. 5. 겨울비와 함께 겨울비와 함께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예보. 나무에 간신히 붙어 있던 잎들이 순식간에 떨어진다. 하늘을 가득 메웠던 짙푸른 여름날의 흔적은 사라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 시인의 눈엔 하늘을 향해 두 손 들고 간구하는 성자(聖者)다. “…내 안에 나를 다 덜어내고서야 얻을 수 있는 저 무.. 2008. 12. 3. 너를 그리고 싶다 ㅡ박주영 ㅡ 너를 그리고싶다 박 주 영 그가 가고 처음 생리가 찾아와 자리가 축축이 젖어 있었다. 소용돌이처럼 사정없이 쏟아내는 범람. 석고처럼 웅크리고 앉아 달아난 시간들을 꿰면서 당신 속으로 자꾸 파고드는 새벽 두 시. 여전히 내 심장 속에서 불타고 있었고 내 온 몸에서 꽃 피워내고 있었.. 2008. 12. 2. 입다문 時間의 표정 / 서지월 입다문 시간(時間)의 표정 서 지 월 차라리 비어 있음으로 하여 우리를 더 깊은 뿌리로 닿게 하고 더러는 말없음으로 하여 더욱 굳게 입다문 時間의 표정을 누가 새소리의 무늬마저 놓쳐 버린 길의 길 위로 날려 보내겠는가 오지 않는 날들은 뿌리로 젖건만 쓸쓸한 풀포기는 남아서 다가.. 2008. 11. 27. 꼬막 한접시 행복 한 사발 전남 벌교 강진 뻘밭에 참꼬막 한창. 쫄깃쫄깃 차지고 알싸한 맛. 간간하고 배릿한 향기. 한입 깨물면 짭쪼름한 개펄 냄새. 음력 그믐 언저리에 잡히는 것이 살 통통 으뜸. 팔팔 끓인 물을 식힌 뒤 중불에 삶으면서 한 방향으로만 저어줘야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삶은 꼬막, 꼬막전, 꼬막회무침, 양념꼬.. 2008. 11. 25.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다음